석유 곡물 등 상품 가격 급등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예정대로 오는 6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면 상품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가격을 올려놓았던 '돈줄'이 마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가 진정되면서 원자재 시장에 낀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들이 상품 가격을 교란하고 있는 핫머니를 규제해야 한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나선 것도 원자재 시장을 정상화의 길로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한다.

◆양적완화 끝나면 상품시장 타격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은 가격은 온스당 1.09달러 상승해 47.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값은 올 들어서만 52%나 뛰었다. 이날 6월 인도분 금값도 온스당 5.30달러 오른 1509.10달러로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처럼 최근 상품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채권매입 중단은 유동성의 힘으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여온 금속 곡물 에너지 등 상품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품시장으로 들어가는 유동성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인플레 기대심리가 낮아져 상품가격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FRB가 27일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예정대로 종료하기로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상품 시장에서 이미 발을 빼는 분위기다. 다이어파슨매니지먼트의 숀 코리건 수석전략가는 "(상품 시장이) 지난 6개월간 한 방향으로만 질주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탐욕을 부려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상품 시장으로 신규 유입된 자금은 488억달러에 달한다.

◆핫머니 규제도 영향 미칠 듯

주요국들이 상품 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핫머니를 규제해야 한다고 일제히 촉구하고 나선 것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날 뮤추얼펀드가 케이맨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금 원유 원자재 통화 등에 투기적 베팅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유가격의 투명성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국제유가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인 아거스와 플라트에 대해 주요 20개국(G20)이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FRB가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2억달러 규모의 원자재펀드를 운용 중인 커머디티스트래티지의 로버트 홀로이드 이사는 "현실적으로 미 금융당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상황이므로 물가상승 우려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