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가 최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카드사들이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에 나서면서 저축은행들이 영업기반을 빼앗겼다"고 발언한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규제 완화로 인해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카드업계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카드사 연합회인 여신금융협회는 26일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이 저축은행 신용대출 시장을 잠식했다는 (강만수 회장의) 주장은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카드론 등 신용카드 대출은 2005~2009년 22조~25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약 28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협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2005~2009년 11조~12조5000억원 규모를 유지하다 카드론이 급증한 지난해에도 12조1000억원으로 규모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드론 증가가 저축은행 부동산 PF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것이라고 협회 측은 반박했다. 협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동산 PF가 2005년 말 5조6000억원에서 2006년 말 11조6000억원 규모로 급증한 것은 그해 저축은행 8 · 8클럽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며 "카드론이 급증한 지난해에도 저축은행 부동산 PF는 12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8 · 8클럽'이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8% 미만이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어선 우량 저축은행에 대출한도 제한을 완화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협회 측은 또 "현재 카드론의 평균 금리는 연 15.6% 수준"이라며 "연 30~40%가 넘는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의 대출 금리를 감안하면 (카드론을) 고리대금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다만 최근의 카드론 급증에 대해 "신용카드대출 증가에 대해 리스크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용카드대출 증가는) 카드수수료 수입 감소 등에 따라 수익원을 보충하기 위해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이 회동한 자리에서 강 회장은 "저축은행이 해야 할 일을 카드사들이 하고 있다"며 "(카드사업이) 고리대금업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