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등의 대주주와 고위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전에 자신의 예금을 미리 빼내가는 한편 친인척과 VIP 고객의 예금을 인출해 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 5곳(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저축은행)과 보해,도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직전까지 거액의 돈이 인출된 정황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7곳에서 1077억원 인출

검찰에 따르면 이들 저축은행 7곳에선 영업정지 전날 영업마감 시간 이후 1077억원(3558건)이 인출됐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관계자 및 부산저축은행 직원들 중 인출액이 많았던 순서로 1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금감원도 27일부터 신응호 검사담당 부원장보를 부산에 보내 부산 계열 5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 부당인출 관련 검사를 강도 높게 진행키로 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예금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예금을 미리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연락이 되지 않는 예금주 및 임직원의 친인척 · 지인들의 계좌에서 임의로 예금을 빼내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 인출된 1077억원 가운데 불법 부당인출액이 얼마인지는 분명치 않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출액은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영업시간 중이나 그 이전에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그때부터 부당인출이 이뤄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가능할까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특혜 부당인출에 가담한 저축은행 임직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용할 법 조항이 마땅치 않아서다. 검찰도 이 부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영업정지 전날 밤에 예금 인출이 안된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예금주 동의 없이 예금을 인출해 준 혐의 적용을 고려하고 있지만,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과태료 처분에 그친다. 자신의 돈을 빼간 예금 인출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업무상 배임 역시 예금 인출이 회사에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소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대주주 등이 영업정지 조치를 미리 알고 대처했다 해도 역시 처벌하기 힘들다. 대검 관계자는 또 "저축은행 영업정지조치 예정 사실이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금융당국 공무원들은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공무상 비밀누설죄로는 비밀을 들은 사람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고운/류시훈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