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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투데이] 도쿄전력 파산하게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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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보증 보험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원전 해체 비용 및 향후 사고 대비 비용,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등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도쿄전력은 정부에 우선주를 발행해 배당금의 형식으로 돈을 갚아나갈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최악의 선택일 것이다. 정부는 도쿄전력이 스스로 파산 위기에 직면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1990년대 말 부실 은행들을 지원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당시 정부는 파산한 은행들의 예금을 보호해 줘 채권자들의 이탈을 막아 은행 경영을 안정화시켰다.

    도쿄전력과 대형 부실은행들 사이에 비슷한 점은 있다. 도쿄전력은 1998년 일부 은행들처럼 파산할 것이다. 또 대형 은행들처럼 경제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문을 닫으면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도쿄전력은 세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은행들의 재원 조달 방식은 단기성이다. 만약 예금자나 투자자들이 은행의 생존 능력에 대한 확신을 잃는다면 돈줄이 빨리 말라버린다. 둘째,은행 자산의 대부분은 쉽게 가용자산으로 전환될 수 없는 대출이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자금을 회수하고자 한다면 은행은 지급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은 여러 금융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어 한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다른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타 금융회사에 예금 인출 사태를 전염시켜 전체 금융 시스템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이에 비춰 도쿄전력은 은행만큼 특별하지 않다. 첫째,도쿄전력의 자금은 대부분 장기 채권에 의해 조달돼 즉각적인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채권자들이 많지 않다. 둘째,꾸준히 수입이 발생하는 데다 경쟁이 필요없는 독점 기업이기 때문에 수입을 산출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그 수입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지를 산출하는 게 복잡하지 않다. 셋째,도쿄전력의 파산이 다른 기업에 위험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행법 상 불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회사를 이용할 수 있다면 경쟁자들에겐 이익이다. 따라서 도쿄전력의 대손상각 과정에서 채권자들에게 재정적 문제를 야기한다면 이는 정부 지원이 아니라 채권자들의 감시 아래 해결돼야 한다.

    도쿄전력의 파산을 막아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정책 입안자들은 예금 보호를 통해 은행의 파산을 막는 것이 은행 경영진에게는 사려 깊게 경영할 의무,예금자들에게는 은행을 감시할 의무를 없애 모럴 해저드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시장 독점자인 도쿄전력은 모럴 해저드에 노출되기 쉬워 더욱 특별한 규제를 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부가 도쿄전력에 특혜성 보험을 제공한다면 이는 오히려 도쿄전력을 안정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라는 시장의 주문에서 격리시키는 조치가 될 뿐이다. 도쿄전력은 중요한 회사이지만 상업법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호시 다케오 < UC샌디에고 교수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호시 다케오,율리크 셰데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 및 태평양지역 연구대학원 교수와 아닐 카샵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가 '도쿄전력이 파산하도록 내버려둬라(Let Tepco go bankrupt,if it must )'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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