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공정(希望工程)은 중국 공산당 청소년단원들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주로 내륙오지에 기업이나 개인의 기부를 받아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공청단은 국가 미래 인재를 보육,양성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며 후진타오 현 주석의 정치적 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석유화학의 중국법인인 호석화학무역유한공사는 수년 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일환이기도 하지만 현지 중국인 직원이 더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손님을 만나면 우선 롯데그룹과 회사를 소개하고는 말미에 반드시 희망공정에 참여하는 착한 기업임을 고객에게 알린다.

작년엔 산시성 시안의 관두향에 있는 영구초등학교를,금년엔 안후이성 훠산현의 선봉초등학교를 다녀왔다.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에서 고속도로로 3시간가량 그리고 지방도로 30여분의 여정 끝에 닿는 곳이다. 차는 대평원을 달린다. 2000여년 전 초나라 왕 항우가 자결한 곳이 이 부근에 있다. 한나라와 초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중심지는 오늘날 시안 부근이지만 최후의 결전지는 시안에서 1000㎞나 떨어진 이곳이다. 4차선 고속도로는 거의 일직선이다. 휴게소도 잘 갖춰져 있고 매표소마다 단정한 차림의 여직원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지금 중국은 시골 중소도시까지 고속도로망으로 거의 완성된 듯하다. 그러나 대도시를 벗어나면 차는 현저히 줄어든다. 출구 직전 반시간 동안 차 두 대를 만났다. 그 중 한 대는 작업용 차였다. 휴게소는 서너 대의 차만 있을 뿐이다.

훠산현 중심가는 깨끗한 시골도시다. 이곳까지 도로 주변 집들도 깔끔하다. 벽촌으로 보이지 않았다. 훠산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500m 높이의 산길을 돌고 또 돈다. 주변 가옥은 깨끗하고 녹차 밭과 대나무 숲이 아름답다. 우리라면 펜션이 들어설 법한 그런 자리다. 30여분이 지나 작은 산촌 마을이다. 역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다. 이곳은 학생 80여명의 작은 학교다. 시골 운동회 같은 음악이 울려 퍼지고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긴 의자에 학생 세 명씩 앉아 있다. 모두들 조용하고 질서정연하다. 간단한 기념식을 하고 준비해간 학용품과 축구공을 나눠준다.

그리고 교실을 둘러본다. 낡은 책상과 의자다. 의자는 두세 사람이 같이 앉는다. 우리 1950년대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우린 책걸상이 없었지….교실 벽의 4개 항으로 된 초등학생 수칙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조국을 사랑하며,중국 공산당을 사랑하자./우리는 법과 규칙을 준수하자./우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자/우리는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자.'

이들 또한 핵심 가치는 과거 우리들이 다 함께 잘해보자고 다짐했던 것들과 유사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사회는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맴돌고 있다. 혁신을 주창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감내하기 싫어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지난 경험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온고지신을 생각해본다.

정범식 < 호남석유화학 대표 bschong@lotteche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