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교보 메리츠종금 등 3개 증권사가 청약 자격이 제한된 기관투자가에 신규 상장을 위한 공모주 물량을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가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을 의도적으로 챙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3개 증권사는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

금투협 자율규제위원회로부터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된 신라저축은행의 청약을 받아준 것이다. 신라저축은행은 작년 3월 미래에셋스팩1호 공모주를 인수하면서 매도 제한 기간 내 주식을 팔아 9월11일까지 6개월간 전 증권사의 IPO 청약 참여가 제한된 상태였다.

한화증권은 지난해 5월 모바일소프트웨어 업체인 모바일리더 상장을 대표 주관하면서 신라저축은행에 공모주를 배정했다. 당시 모바일리더는 청약경쟁률 746 대 1에 청약증거금만 6700억원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상장 첫날 주가도 공모가(1만5000원)보다 6000원(40%) 높은 2만1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장중 2만4150원까지 올라 최고 60%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앞서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이 불성실 기관으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담당자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교보증권은 작년 6월 케이엔디티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메리츠종금증권은 중국 웨이포트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신라저축은행에 공모주를 배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당시 업무를 처리하던 직원이 이직해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단순 업무상 실수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 세 종목 모두 기관의 관심이 높아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객관리 차원에서 물량을 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라저축은행은 조이맥스 보광티에스 씨앤에스 웰스브릿지 등을 5% 이상 대량 보유할 정도로 주식 거래가 활발해 저축은행 가운데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는 IPO시장 건전화를 위해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의 공모 참여를 제한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다"며 "협회의 자율 규제이다 보니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투협은 이날 자율규제위원회를 열고 이들 3개사의 규정 위반 내용이 중대해 '경고'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관련 임직원도 감봉 등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투자가 지정 건수는 2005년 이후 45건에 달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