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내전 중인 스리랑카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텐트에 맨바닥뿐이었지만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있더군요. "

최성아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실 아시아 담당관(39 · 사진)은 27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가진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초청 간담회'에서 4년간의 유엔사무국 생활을 풀어놓았다. 그는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차게 사는 사람들을 봤을 때"라고 언급했다.

아리랑TV 기자와 외교부 공무원 생활을 거쳤던 최 담당관은 2007년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부임할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매일 아침 반 총장에게 직접 아시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셜네트워크(SNS)로 사흘 동안만 홍보했음에도 50명이 넘게 몰렸다. 대부분 유엔 등 국제기구 근무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그는 유엔에서의 생활을 '다이내믹'으로 요약했다. 난민 및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반 총장과 함께 지내다 보니 '분쟁지역 · 오지 전문가'가 됐다는 설명이다. 하루 동안에만 델리(인도) 카불(아프카니스탄) 바그다드(이집트) 이스탄불(터키)을 둘러본 날도 있을 정도다. 그간 방문한 국가만 100곳이 넘는다.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유엔에 들어갈 수 있는가"였다. 대학생들은 어학공부,경력관리 등 속칭 '스펙쌓기'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최 사무관의 답은 "많은 경험과 열린 마음,전문성"이었다. 그는 "유엔에서는 수많은 국가의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며 "학창시절 다녔던 여행과 기자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이 큰 재산"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 한국인 근무자 대부분이 JPO(국제기구 초급전문가) 출신이 아닌 전문직종에서 근무하다 유엔에 들어온 경우"라며 "영어만 유창하다면 적성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기회를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유엔에서 근무하는 한국 여성의 '우먼 파워'는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들은 눈치와 행동이 빠르고 영리해 어디에서나 칭찬을 받더군요. 뿌듯합니다. "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