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최동욱 사장을 포함한 임원 48명 전원이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당장은 지난달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나오는 등 대형 악재가 잇따르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최 사장과 본부장 및 부문장급 임원 전원이 일괄 사표를 냈으며,퇴직 및 잔류 임원에 대한 선별작업이 진행 중이다. 11명의 본부장급 임원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본부장 6~7명이 옷을 벗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나머지 부문장급 임원들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번 주,늦어도 다음주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임원 정리작업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 최근 잇따라 터진 악재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조직 재정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초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이 회사 유아용 분유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다고 밝힌 뒤 10여개 외부기관에 재검사를 실시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최근 중국으로 수출하는 분유에서 아질산염이 나와 중국 정부로부터 부적합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 결과 지난해 35% 선이던 국내 분유시장 점유율이 이달엔 20% 내외로 떨어졌다. 분유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행태가 보수적인 분유시장에서 점유율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락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또 매일유업의 임원 구조조정이 내부 신구(新舊) 세력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식중독균 검출 등의 사건은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유업이 최근 2~3년 사이 상당수의 외부 인력을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20~30년씩 근무한 기존 인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결국 경영컨설턴트 출신인 최 사장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