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휴대폰용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 뛰어든다.

LG전자는 27일 영국 휴대폰용 CPU 설계 전문업체 'ARM'과 제휴를 맺고 ARM의 '코어텍스 A9' '코어텍스 A15' 등 핵심 CPU 설계 라이선스를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자사 디지털TV용 제어칩을 생산하기 위해 코어텍스 A9의 일부 설계에 대한 권리를 취득했었지만,지금처럼 모든 부문에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수년 내에 자체적으로 설계한 휴대폰용 CPU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용 CPU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라고 불린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삼성전자 등이 생산하는 거의 대부분의 AP는 ARM이 개발 · 설계한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ARM이 AP를 개발해 발표하면,다른 업체들이 이 설계를 사서 자신들에 맞게 바꾸는 방식이다. LG전자의 ARM 라이선스 취득이 자체 CPU 제작까지 연결되는 이유다.

업계는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TV 등 AP를 장착한 가전제품이 늘어나면서 자체 제작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설계 AP를 만들면 외부 업체가 생산한 제품을 사오는 것보다 제품 수급면에서 유리하다. 가격면에서도 훨씬 저렴하다. 애플이 자체 제작한 A5 칩의 생산 원가는 14달러(추정치)이지만,엔비디아 퀄컴 등에서 조달할 경우 40~50달러로 가격이 크게 오른다. AP 탑재 기기가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공급 및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성능 면에서도 유리하다. LG전자의 요구 사항에 맞는 AP를 설계하면 똑같은 운영체제(OS)를 쓰더라도 훨씬 구동 속도가 빠른 기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LG전자는 엔비디아 퀄컴 TI 등 다양한 업체가 만든 AP를 쓰고 있다. 한 시스템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설계 라이선스를 취득해 AP 구동 과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스마트폰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