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과 인화는 경영의 근본…화승이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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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둔의 경영자' 현승훈 회장의 경영철학
걸어가듯 달려가라
玄회장에 반한 이시형 박사, '德治의 리더십' 조명 책 발간
덕장과 용장 '투톱'
신중한 오너ㆍ불도저 CEO, 위기 딛고 고속성장 견인
걸어가듯 달려가라
玄회장에 반한 이시형 박사, '德治의 리더십' 조명 책 발간
덕장과 용장 '투톱'
신중한 오너ㆍ불도저 CEO, 위기 딛고 고속성장 견인
"덕(德)과 인화(人和)로 회사를 운영합니다. 임직원들이 믿고 따라오니 경쟁력도 높아지네요. "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69 · 사진)은 27일 기자와 만나 "화승을 경영하면서 외환위기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직의 인화가 항상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현 회장을 인터뷰하면서 그가 '은둔의 경영자'가 아니라 '은둔의 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덕은 기업의 근본이다. 화승은 조용하면서도 진중한 덕이 있어 생존할 수 있었다. 덕은 믿음과 직원 간 화합을 만들고 조화로운 발전과 상생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덕 경영론'인 셈이다.
현 회장의 '덕 경영'은 '국민의사'로 불리는 이시형 박사가 출간한 '걸어가듯 달려가라'라는 책에 잘 나와있다. 이 박사는 "살벌한 무한경쟁 전장에서도 몸을 낮추는 현 회장의 불자 같은 모습과 화승의 평화로운 기업문화에 반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1977년 서른여섯에 현수명 선대 회장으로부터 '기차표'로 유명한 동양고무공업을 물려받아 36년째 화승 그룹을 이끌어왔다. 고무신 회사를 24개 계열사가 연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그룹으로 키웠다. 화승그룹은 '르까프'브랜드의 신발,자동차 부품 정밀화학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현 회장을 부산 연산동 화승그룹 본사에서 만나 경영 및 인생철학 등을 들어봤다.
▼이 박사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2005년 특강을 위해 회사를 찾은 이 박사를 처음 만났다. 이게 인연이 돼 2008년 이 박사의 아이디어로 집중력을 높여주는 '닥터세라톤' 신발을 개발하기도 했다. "
▼덕치를 강조하는데.
"기업의 근본인 덕은 깊은 성찰에서 나온다. 덕은 자신을 바로 보게 하고,자신의 단점을 냉철하게 분석하게 만든다. 문제도 답도 자신 안에서 찾게 한다. 덕은 친절과 겸손이기도 하다. 교만하지 않으며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겸손이 케케묵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상대를 이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
▼덕처럼 부드러운 경영방식이 무한경쟁시대엔 약점이 될 수 있지 않나.
"약점을 '투톱 경영'으로 커버하고 있다. 나와 전문경영인 고영립 회장이 회사를 함께 이끈다. 나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일단 결론이 나면 고 회장은 무섭게 밀어붙인다. 나는 본사와 현장을 오가며 직원들을 만나 회사의 흐름을 파악한다. 회사 운영의 전권을 갖고 있는 고 회장은 화승그룹을 환골탈태시키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서로 믿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역경을 이겨내고 도약도 이룰 수 있다. "
▼불교에 심취해 있다고 들었다.
"불교적 가르침이야말로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허상에서 벗어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아야 비로소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건 내 안에서 나온다. 이런 점은 돌아가신 성철 스님으로부터 배웠다. 36여년 전 부친의 49재 때 성철 스님을 처음 만났다. 이후 내가 3000배를 하면서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스님의 가르침으로 회사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항상 자신을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
▼골프채와 비서가 없다면서요.
"골프는 주위에서 여러번 권유를 받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하지 않는다. 건강관리를 위해선 108배면 족하다. 매일 새벽에 108배를 한다. 5년전까지만해도 500배를 했다. 유능한 비서가 있으면 편리하지만 아직 기억력이 괜찮은 편이다. 중요한 건 꼭 메모한다. 집과 선영외엔 다른 부동산이 없다. "(주위에선 골프채와,비서,부동산이 없다며 그를 '3무회장'으로 부른다)
▼경영자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외환위기 때다. 화승그룹은 12개 계열사 중 절반을 줄였고,많은 직원들을 정리해고했다. 경영자로서 책임감을 가장 크게 느꼈던 때다. 수장으로서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덕과 신뢰,믿음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아웃소싱과 뼈를 깎는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펼쳐 짧은 기간 내에 회복했다. 경제는 변수가 많은 만큼 호랑이처럼 멀리 보는 예리한 눈과 기민한 결단력,더불어 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인내심과 꾸준히 전진하는 추진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 "
▼화승그룹의 장기 비전은.
"화의를 벗어난 200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때 2010년 매출 목표를 3조원으로 잡았다.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회생한 지 얼마 안되는 회사가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반응이었다. 지난해 매출 3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상호신뢰와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으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데 더 의미가 있다. 이제 2020년 매출 목표를 20조원으로 잡았다. 앞으로 100년 이상 꾸준히,천천히 성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형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