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 취소권(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 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에 따라 영업정지 전날 예금 인출로 손해를 본 사람들이 예금을 찾아간 사람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차라리 양심에 호소해 자발적으로 돌려놓으라고 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윤종성 법무법인 장강 대표 변호사는 "민법 제406조에 따른 민사소송은 가능하지만 승소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예금 반환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다만 예금주가 은행 측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인출해간 경우엔 업무상 배임 공범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어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배병창 변호사는 "채권자 취소권에 해당되려면 수익자(돈을 인출해간 예금주)의 악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채권자(영업정지 전 인출해가지 못한 다른 예금주)들이 손해를 볼 거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다음날 영업정지와는 무관하게 연락을 받고 돈을 찾아갔다','그전부터 예금을 인출해갈 용의가 있었다'는 등 인출자들의 '항변'을 무력화할 증거와 정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숭희 변호사는 "이미 인출된 예금을 강제환수할 법적 근거는 없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상 부동산 등 회사의 중요자산을 일부 채권자에게 변제(대물변제)해 줬을 경우에는 사해행위에 해당되지만,이번 사태처럼 현금으로 변제해준 경우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종 서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채권자 취소권과 함께 민법 103조(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위반)와 민법 2조(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해 소송을 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류시훈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