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자동차 · 화학 · 정유주에 제동이 걸렸다.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흘러나온 때문이다. 이들 주도주가 하락하면서 지수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매수세가 정보기술(IT) · 건설 · 금융주 등으로 옮겨가면서 주도주와 그간 소외돼 있던 종목 간의 수익률 '키맞추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업종별 이익 모멘텀 등을 감안할 때 순환매가 본격적인 주도주 교체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지만 증시를 짓눌렀던 일방적인 쏠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IT · 건설 오르고 차 · 화학 내리고

코스피지수는 27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전날보다 0.40포인트(0.02%) 오른 2206.70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를 비롯한 주도주들이 일제히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를 필두로 IT 건설 금융 유통주 등이 동반 상승하며 지수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92만4000원으로 2만7000원(3.01%) 뛰었다.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LG디스플레이(2.26%) 삼성테크윈(4.28%)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뜀박질했다. 현대건설(7.80%) GS건설(5.39%) 대우건설(5.78%) 등 건설주들의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이날 건설업종지수는 5.36% 올라 주요 업종지수 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롯데쇼핑현대백화점이 3~4%대 강세를 보였다. CJ제일제당 롯데제과 신한지주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내수주들도 오랜만에 상승세를 탔다.

반면 현대차는 23만3500원으로 4.69% 급락했다. 기아차 역시 7만7600원으로 6% 가까이 밀렸다. 이달 들어서만 2배 가까이 올라 '대박'을 터뜨린 현대위아는 11.40% 내린 13만6000원으로 수직 하강했다. 금호석유 호남석유 LG화학도 줄줄이 추락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자동차와 석유화학은 이익 모멘텀이 좋아 보이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고,펀드 내 비중도 크게 늘어난 상태여서 당분간 상승 탄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관은 이날 화학(2443억원)과 운수장비(1495억원)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순환매 기대되나 주도주 교체는 아직"

단기 급등한 자동차 · 화학업종에 대한 경계심리가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주변 업종으로의 순환매 유입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 역시 "자동차 화학 등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집중도가 높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매수세를 재개한 지난 20일 이후 삼성전자(5169억원)와 하이닉스(1506억원)를 사들인 반면 현대차(1196억원) 현대모비스(316억원) 한화케미칼(292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지금까지와 달리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IT 조선 철강 등을 골고루 매수하고 있다"며 "소외돼 있던 이들 업종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시장에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도주 교체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유화업체들의 경우 설비투자 확대가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상대적으로 뛰어난 이익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도주와 소외주 주가의 반전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겠지만 순환매를 통해 쏠림이 해소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주도주들이 숨을 고르는 동안 2분기부터 실적이 좋아지는 철강과 산업재 등 중국 관련주들의 수익률 '키맞추기'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