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부당인출' 후폭풍] '슈퍼 금감원'이 규제 독점…뱅크런 막을 시스템 없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손발 묶인 예보, 부실 금융사 사전 통제 못해
부산저축銀, 인터넷뱅킹 인출 평소의 10배
부산저축銀, 인터넷뱅킹 인출 평소의 10배
금융위원회가 부산 및 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기 전날인 지난 2월16일.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에서도 긴급 회의가 열렸다. 부산저축은행 대표가 자발적인 영업정지를 신청할 의사를 표명한 데다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가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보는 다음날인 17일 오전 8시10분에야 두 은행 본 · 지점에 직원을 파견했다.
◆예보,손놓고 있었다
예보 관계자는 "직원들이 부실 금융회사에 투입되기 위해선 관련 법에 근거해야 한다"며 "뱅크런 역시 2월17일보다 훨씬 전인 1월 중순부터 계속돼 온 사안이었기 때문에 부산저축은행 때만 특별히 달라질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예보는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금융회사의 부실위험을 조기 파악하기 위해 상시감시 업무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리스크 감시모형을 도입하는 한편 부실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전담하는 데스크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가 내려질 때까지 예보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불법 인출자들로 인해 모든 예금자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은행 자금은 바닥이 났다.
가장 큰 원인은 금융감독원의 과도한 규제 독점 탓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예보의 손발이 묶여있다보니 저축은행 부실화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에 들어갈 근거 없어"
예보에 따르면 직원들이 금융회사에 파견나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금융위원회가 예보 직원을 부실 금융회사의 '감독관'으로 지정하는 경우다. 다만 금융회사에 대한 영업정지 결정이 나야 한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제6조 2항)에 근거가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금융기관에 대해 검사원을 일정 기간 상주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두 번째는 영업정지 이전에 부실 금융사에 들어가는 경우지만 해당업체 임원이 불법행위로 직무정지됐을 때뿐이다. 예보 직원이 '경영관리인'이란 이름으로 권한정지된 임원을 대체하는 식이다. 근거는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부실이 심화하면 6개월간 관리인을 파견할 수 있다'고 명시한 상호저축은행법이다.
예보 관계자는 "경영관리인 역시 금융위가 예보 직원을 선임해줄 때 그 자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사태 땐 직무정지된 임원도 없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예보가 부실 금융회사에 사전 투입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법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예보가 금감원 등 금융당국보다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서다.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는 부실 금융회사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감독권한은 물론 시정명령권까지 갖고 있다.
◆인터넷 불법 인출도 상당했을 듯
예보 직원이 부산저축은행에 파견돼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전산망 장악이다. 객장 문을 닫더라도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금 인출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2월16일 하루 동안 부산저축은행 계좌에서 인터넷뱅킹을 통해 빠져나간 예금이 10억여원에 달했다. 뱅크런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같은달 10일 인터넷뱅킹 인출액(1억여원)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은행 전산망은 17일 새벽까지도 계속 가동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 예금자보호법
금융사가 파산 등의 이유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법.예금보험공사가 각 금융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한 뒤 부실 금융사를 대신해 한 사람당 5000만원 한도(원리금 기준) 내에서 예금을 대지급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