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위원장 개인 의견이다. 사전에 (청와대와) 논의한 적이 없고,교감도 없었다.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있다고 하기도 그렇고,없다고 하기도 그렇고….두세 달 내 (가이드라인) 준비는 끝날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고위 관계자)

27일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 발언의 여진이 계속됐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곽 위원장이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다.

재계는 올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언급한 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 공유제'△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성의 표시로라도 기름값 인하' 발언에 이어 곽 위원장의 국민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안까지 터져 나오자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 정치적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곽 위원장 발언 이후 정치권 반응은 여야가 뒤바뀐 것 같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곽 위원장과 함께 정권 핵심으로 꼽혀온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재벌이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공룡이 되고 있다"며 곽 위원장 발언에 지원사격을 했다. 정 최고위원은 "재벌 관료주의 폐해가 극심하다"며 곽 위원장과 똑같이 '대기업 관료주의'라는 표현도 썼다.

재계에서는 곽 위원장의 발언이 철저히 사전 의도한 것으로,정부가 대기업을 길들이려는 커다란 플랜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다.

4대 그룹의 한 사장급 임원은 "올 들어 정부 관료들의 기업 관련 발언을 보면 일관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며 "특히 너도나도 '대기업 관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 그들의 반기업관에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곽 위원장의 얘기대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강화하면 내년 2,3월 주주총회에서 대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시기가 4월 총선 직전인 만큼 (선거에서) 표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대 그룹의 한 사장은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상법개정안도 내년 4월 시행된다"며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는 이런 스케줄이 고려돼 있는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윤성민/홍영식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