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빛깔의 바닷물로 풍덩 뛰어든다. 순간 온갖 시름이 물빛깔로 채색된다. 눈앞에서는 빨간 · 노란 · 파란색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친다. 모래바닥에는 그보다 더 많은 색깔과 모양의 산호들이 자신에게 눈길을 주기를 바란다. 바닷속은 상상보다 훨씬 아름답다. 물안경과 잠수복을 착용한 채 해저 10m에서 만난 경관이다.

다이빙보다 가벼운 복장으로 즐기는 스노클링,물 위로 내달리는 제트스키,보트에 낙하산을 매달아 달리는 패러세일링 등은 또다른 활력소다. 1만엔을 내면 누구나 이런 체험을 반나절 동안 즐길 수 있다.

일본 최남단에 있는 오키나와 현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다. 150개 부속 섬들이 저마다 개성을 자랑한다. 대지진과 방사능 피해로 떠들썩한 일본에서 오키나와는 안전지대로 꼽힌다.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지역이어서다. 수많은 일본 회사들이 서버를 이곳에 두고 있다. 최근 지진이 발생한 센다이 동북부 진앙지에서부터 서울까지 직선거리가 약 1300㎞인 데 비해 오키나와까지는 2000㎞다.

오키나와는 또한 일본 최고의 리조트 관광지다. 대형 리조트가 20여 개에 이른다. 이곳의 3대 리조트로 꼽히는 메리어트호텔은 걸그룹 카라가 일본에서 데뷔할 당시 화보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커다란 야외 풀에서 바다를 굽어볼 수 있고 그보다 작은 실내 풀과 스파&사우나 등도 마련돼 있다. 바다가 무섭다면 풀에서 수영하면 된다. 룸마다 베란다를 갖췄고 바닥재는 아늑한 질감의 원목이다. 신혼 여행객들을 위한 룸에는 네 모서리에 기둥을 세우고 천으로 감싼 공주형 침대,장애인용 룸에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욕조와 집기가 배치돼 있다. 대부분의 리조트들에는 이 같은 시설이 구비돼 있다.

오키나와가 내세우는 또하나의 명물은 주라우미 수족관.단일 수조로는 세계 최대다. 그 속에는 5m 길이의 대형 상어가 빙빙 돈다. 수족관에서 키우는 상어 중 세계 최대라고.그 상어의 지느러미 아래에선 작은 물고기들이 편대를 이뤄 함께 돈다. 저항이 줄어 헤엄치기 쉬워진 듯싶다.

오키나와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는 야에야마 군도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합일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열대림 속으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이리오모테 섬,어업과 농촌 요리체험을 할 수 있는 이시카키지마 섬,사탕수수밭 사이로 바닷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코하마시마 섬에서는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

아열대 섬으로는 드물게 역사관광 거리도 많다. 오키나와의 약사(略史)는 이렇다. 450년간 류큐왕국(1429~1879)이 건설됐다가 130년 전 일본 메이지(明治)왕 때 복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하기 전 유일하게 일본을 상대로 지상전을 벌였다. 이때 무려 20만명이 희생됐고,그 중 1만명이 한국인 징용자였다. 이들의 영령을 모신 평화기념공원이 바다를 굽어보는 지역에 세워져 있다. 한국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희생당한 선조들의 넋을 잠시나마 위로한다. 미 군정은 종전 후 1945년부터 1972년까지 이곳을 지배했다. 당시 차량 중심의 도로망이 정비됐다. 이곳이 미국의 한 도시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지금도 아시아 최대 규모인 3만명의 병력을 주둔시킨 미군 기지가 있다.

류큐왕국 시절 축조된 슈리성은 세계문화유산이다. 궁전의 붉은 지붕과 외벽의 모습에서 중국의 영향이 읽혀진다. 성벽은 검은 빛을 내는 산호석회암으로 축조됐다. 독특한 빛깔과 형태가 나카구스쿠 등 여러 성터에서 발견된다.

이곳에는 '시사'라는 사자 모양의 동물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시사는 일반 주택의 지붕이나 대문 양 옆에 세워져 있다. 기념품 중에서도 가장 많다. 액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수컷은 입을 벌려 행운을 빨아들이고,암컷은 그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입을 닫은 형상이다. 모양새가 얼핏 우리의 해치를 연상시킨다.


◆ 여행 팁

아시아나항공이 화·수·금·토·일요일에 한 차례씩 오키나와로 출발한다. 일본의 다른 도시들을 경유해 갈 수도 있다.

연간 방문객은 600만명이며 한국인 관광객은 30만명 수준.한국인 관광객 중 70%는 개별 여행이며 패키지는 30%에 불과하다. 패키지 상품은 하나투어·롯데관광·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판매한다.

오키나와관광청(02-318-6331)에 문의하면 주요 관광지와 교통편,리조트를 비롯한 숙박시설 등 오키나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이빙 체험 등에 관해서는 현지 뉴웨이브클럽(090-8234-0738)으로 전화하면 된다.

오키나와의 별미로는 사탕수수로 만든 흑설탕이 있다. 현지에서 생산한 쌀로 빚은 이와모리 소주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25~40도까지 다양하며 향의 강약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오키나와인들의 장수비결로 꼽히는 삶은 돼지고기 맛이 으뜸이다. 소바(국수) 국물도 돼지고기로 맛을 낸다.

오키나와(일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