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가 내년 대권 도전에 앞서 불리한 지역에서 '정권 심판'을 내걸어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야권 내 입지는 물론 향후 대선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무엇보다 손 대표가 개인 브랜드를 내세워 한나라당 텃밭 공략에 성공한 것은 내년 대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민주당 성향의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야권 일부의 '한계론'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동시에 사실상 야권 내 대권 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답보 상태를 보여온 지지율 반등과 함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의 경쟁구도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 손 대표로의 쏠림 현상도 예상된다. 당장 5월13일 열리는 민주당 원내대표 경쟁 역시 '손 심(心)'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싸움을 피하고 대신 '대한민국의 변화를 원한다면 '손'을 들어주십시오'라는 인물론을 내세운 손 대표의 선거 전략이 분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어냈다고 보고 있다. 분당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60%대로 민주당의 20%대를 3배가량 앞서고 있다. 인물론이 기존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정권 심판을 원하는 중도층과 주부층까지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아울러 보수화 경향을 보이던 '486세대의 귀환'을 승리 요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학창시절 민주화 운동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 사회에서는 사회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486세대가 양극화 심화와 물가대란,그리고 현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으로 여권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손 대표의 중립적 이미지가 반 MB(이명박) 정서를 끌어냈고 여기에 이미 세상을 한번 바꿔본 경험이 있는 40대가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어려운 지역에 배수의 진을 친 손 대표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 대권 경쟁은 사실상 정리가 끝났다"고 분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