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우파'는 "대한민국 변화를 위한 손학규의 길을 분당 중산층에게 묻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손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분당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은 1991년 분당 신도시가 생긴 이래 처음이다. '천당 밑 분당'으로 불릴 정도로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한나라당의 텃밭이 무너진 것이다.

이번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폭락과 물가 상승 등에 따른 '민심이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전만 해도 제2의 강남으로 불렸던 분당을 지역 집값은 이 정부 들어 20% 안팎 떨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을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했다. 또 과외비 등 물가가 치솟으면서 한나라당 성향이 강했던 30~40대 여성 유권자들도 급격히 돌아섰다.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도 선거 패배의 한 요인이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정운찬 영입론'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선거 구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운찬 영입론'과 '여성비례대표 전략 공천론'이 제기되며 우왕좌왕했다. 이 사이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카드를 만지작거렸고,분당을을 필승지역으로 여겼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크게 당황했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당 후보로 결정된 강재섭 후보는 시간적인 손해와 함께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채 '손학규'라는 거물과 맞서게 됐고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결국 한나라당이 참신한 제3의 카드를 내세웠다면 분당을을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젊은 유권자들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등을 통해 적극적인 투표에 나선 것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당을 전체 유권자의 68%에 달하는 20~40대 유권자가 비교적 진보 성향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 전통 텃밭인 이 지역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당락을 가른 주요 변수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