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사르코지의 돌출 행동?’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보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공식 지지했다.하지만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독일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드라기 총재에 대해 “그는 능력있는 인물이며 프랑스는 ECB 총재직에 이탈리아 출신 후보를 기쁘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프랑스가 드라기 총재를 지지한다는 관측은 많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그를 후보로 지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독일 관리의 말을 인용해 “사르코지 대통령이 예상하지 못했던 발표(unexpected announcement)를 했다”며 “이는 메르켈 총리와 상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해법과 관련해 독일이 유럽연합(EU)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탈리아 후보를 공식 지지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ECB 총재 임명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진행되는 것을 감안할 때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의 갑작스런 발표로 메르켈 총리가 드라리 총재를 ECB 차기 총재로 승인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당초 메르켈 총리는 오는 10월 물러나는 장클로드 트뤼셰 ECB 총재 후임으로 독일 중앙은행 총재인 알렉스 베버를 지지했지만 베버 총재가 지난 2월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임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뉴욕타임스는 “메르켈 총리가 차기 ECB 총재를 결정하는 6월 유럽 정상회담에서 드라기 총재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