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가 지난 26일 2종의 태블릿PC를 발표한 가운데 이 시장에서 새로운 구도가 형성될지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니는 휴대용 미디어의 원조격인 '워크맨'을 내놓은 화려한 과거가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패드는 지난 해부터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RIM) 등도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

소니의 진출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쉽지 않다'는 평가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PC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한 회사가 시장이 과열된 시점에서 신규로 진출한다고 해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휴렛패커드(HP), 아수스, 델 등 세계적인 PC 제조회사들도 뒤늦게 진출한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데스크톱PC와 노트북, 넷북 등 전체 PC 출하량이 8060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전문가들은 태블릿PC의 성장이 PC수요의 위축을 불렀다고 보고 있다. PC업체들 또한 이를 공감하고 태블릿PC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들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에 대해 "오는 가을에서야 시장에 나오게 되는 소니의 태블릿PC는 출시 시기가 늦다"고 진단했다.

FT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에이서, 아수스, 레노보 등도 태블릿PC 신제품을 곧 내놓을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쟁작의 출시가 몇달이나 지난 뒤에야 소니의 제품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IT전문가인 애툴 고얄(Atul Goyal) 크레디리요네(CLSA)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니의 태블릿PC는 디자인이 우수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소니는 이날 자사 태블릿PC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니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고가 정책을 고수한점을 고려하면, 태블릿PC 가격도 기존 업체들 보다 높을 공산이 크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발표하며 구형제품과 같은 가격대로 내놓는 등 업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 또한 기존의 가격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고전할 것으로 고얄은 예측했다.

그는 "태블릿PC 시장이 올해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은 20~30%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소니가 이날 선보인 태블릿PC는 9.4인치 화면의 'S1'과 5.5인치 두개로 접을 수 있는 'S2' 등 2종이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 본격 출시될 예정이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허니콤(3.0)을 탑재하고 있다.

와이파이와 3G·4G의 호환이 가능하며 웹사이트의 표시변환의 속도와 터치 패널의 조작성을 높였다고 소니측은 설명했다.

구니마사 스즈키 소비가전 부문 부사장은 "소니 태블릿은 이동 중에도 언제든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한다"며 "소니 태블릿를 콘텐츠 및 네트워크와 통합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고자 한다"고 태블릿PC 시장 진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와 2012년 태블릿PC 판매량을 각각 6978만대, 1억821만대로 예상했다. 2015년에는 2억9400만대가 팔릴 전망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애플을 꺾을 자리에 누가 오를 수 있을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