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가격 부담감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강세장임에도 불구, 자동차ㆍ화학 등 시장 주도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너무 많이 올랐다 싶은 주식은 일단 일부나마 차익실현을 하자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27일 증시에서는 자동차 관련주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전 10시 32분 현재 현대차(-2.65%) 기아차(-3.88%) 현대모비스(-3.52%) 현대위아(-6.51%) 등 '현대차 4인방'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을 비롯, 만도(-3.89%) 한라공조(-5.17%) 에스엘(-3.69%) 화신(-6.31%) 평화정공(-5.14%) 세종공업(-5.18%) 등이 줄줄이 급락세다.

이들 완성차 업체 및 부품 업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 기업의 조업 차질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에 지난달 중순 이후 급등 양상을 보였다. 현대위아의 경우 PER(주가수익비율)이 20배를 넘을 정도로 프리미엄(할증)이 부여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프리미엄이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란 우려감이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많이 오른데 따른 차익실현 욕구까지 맞물리면서 급락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사자'에 나서고 있지만 유독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송장비 업종에 대해서만은 각각 256억원과 73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LG화학(-2.89%) SK이노베이션(-2.82%) 호남석유(-4.53%) 한화케미칼(-2.04%) 등 정유ㆍ화학주가 약세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기관의 매물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취득세 감면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기대감 등으로 건설주가 4% 넘게 급등하는 등 증권ㆍ은행ㆍ유통 등의 내수 업종이 비교적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는 중이다. 가격 부담이 없는 내수주 중에서 경기 민감주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싼 주식을 찾는 흐름은 업종 내에서도 엿보인다. 예컨대 IT(정보기술) 업종 내에서는 반도체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가 2% 가량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전자(3.01%) LG전자(1.91%) 등은 강세다.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이란 소식이 부담이 되긴 했으나 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IT 업종 내에서 두각을 보인데 따른 차익실현 부담감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철강업종 내에서 그간 거침 없이 상승하던 고려아연(-4.81%)이 이틀째 큰 폭의 조정을 보이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존 주도주가 꺽였다고까지 말하긴 힘드나, 가격 부담감은 확실히 커졌다"고 진단했다.

오 팀장은 이어 "갭 메우기 차원에서 다소 소외됐던 업종이나 종목군 중 경기민감주가 부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