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식축구 스타였던 O J 심슨은 전 아내와 동거인을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가장 강력한 물증은 그의 자택에서 발견된 피묻은 장갑 한짝.하지만 심슨의 변호인은 장갑을 발견한 형사가 인종차별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장갑이 심슨의 손보다 작다는 점을 들어 형사가 심슨의 집에 장갑을 가져다 놓았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배심원들은 변호인이 거듭 강조한 '손에 맞지 않는 피묻은 장갑'이라는 핵심논리에 설득돼 무죄를 평결했다.
모든 심증과 물증이 범인은 심슨이라고 강력하게 지목했지만 변호인은 어떻게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단순화된 메시지에 있다.
경찰이 인종차별적이라는 인식을 장갑에 압축시켜놓고 강조해 배심원들을 설득한 것이다. 상대 변호인은 복잡한 법률적 지식을 동원해 수많은 증거를 제시했지만 배심원들은 단순하지만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로 사건을 단순화시킨 심슨 쪽 변호사의 설득에 넘어갔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존 매케인 등 유명 정치인의 메시지 컨설턴트로 일해온 크리스 세인트 힐레어의 책 《백만불짜리 설득》은 이 같은 '설득의 기술' 27개를 압축해 담고 있는 책이다. 가장 먼저 제시한 설득법은 '목표에 집중하라'다.
아무리 뻔한 목표라도 공개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모든 사람에게서 한 가지라도 좋아할 점을 찾아라'도 유용한 설득법이다. 완고함은 단호함,공격성은 정열로 바꿔 상대의 좋은 점을 생각하면 진심이 담긴 설득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