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4 · 27 재 ·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번 선택은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며,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방문길에 오른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과 지역을 떠나 진정성 없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향후 '역할론'에 대한 질문에 "여태까지도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해 왔지만 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새로 구성되는 당내 비상대책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인 것은…"이라고 말을 아낀 뒤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9박11일의 일정으로 유럽 특사 활동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선거 패배로 다소 무거운 발걸음이 됐다. 특히 당내에서 "이러다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이 전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구원투수론이다.

친이계 초선인 진성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서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당장 전면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당의 중심에 선다면 필연적으로 이재오 특임장관을 축으로 한 친이계 주류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는 박 전 대표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당이 변하지 않고서는 박 전 대표가 나선다고 해도 안 된다"며 "잘못된 국정 운영을 먼저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까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도 박 전 대표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전면에 나서면 야당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 정권 후반기에 갈등 요소가 산적한 상황에서 자칫 대선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걸 박 전 대표가 모를 리 없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친이계 주류 측이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역할론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