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치동 키즈'의 자기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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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부모기대에 정체성 혼란…'자율성 상실 극복' 정책 펼쳐야
일명 '대치동 키즈(kids)'는 대학가에서 사교육의 힘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한 이들을 일컫는 별칭이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문화충격' 중 하나는 교수의 강의라고 한다. "교수님들은 왜 그렇게 강의를 못하시나요?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요약해 주세요" 한다는 게다. 그 탓인가 시험 때가 되면 핵심개념을 정리해 놓은 참고서를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는 신입생 비율이 늘어만 간다는 소문이다. 공교육 위기가 고등학교 교실을 넘어 대학 강의실까지 침투한 것은 아닌가 하여 슬며시 걱정이 앞선다.
교육 전문가 및 정책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공교육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사교육 폐해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높긴 하지만,정작 사교육을 직접 받아본 이들의 생생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질 않는다. 광풍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사교육 열기를 진정시킬 요량이라면 필히 사교육 세대의 경험담에 귀 기울일 일이다.
사교육 세대의 남모를 고민인 즉,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이 문제는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와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주저하는 자신을 보며 좌절하곤 한다는 것이다. 성년에 이르도록 자율성을 키워본 적도 없고,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 본 적 없는 사교육 세대는,엄마의 손길에 전적으로 자신을 의탁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금 그리워 온다는 게다. 물론 수능을 다시 치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부모님들은 사교육을 약 처방하듯 선택하시는 것 같다. 값싼 약을 복용해서 효과가 없으면 비싼 약을 먹도록 하면 되겠지 판단하셔서 30만원 과외비를 50만원으로 올리신다. 하지만 비싼 과외한다고 그에 비례해 성적이 올라가는 건 아니기에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 또한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로 청소년정책연구원의 패널 자료 분석에 따르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모자녀 간의 신뢰로 나타났다. 반면 사교육비 규모와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대치동 키즈' 가운데는 그동안의 대량 투자와 무조건적 희생을 고려하건대 필히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부모님께서 당신들 삶을 전적으로 희생하시고 대신 자식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으신 걸 보면 분명 내게 큰 기대를 걸고 계실 텐데,정작 자신의 실체는 부모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한심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부모님의 헌신적 보살핌을 받을 때마다 "빨리 성공해서 보답해드려야지" 하는 간절한 기원도 잠시 "왜 우리 부모님은 자기 분수대로 사는 것,작은 성취에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임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 것일까" 부모를 향한 원망이 깊어만 간다는 게다.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면 클수록 부모를 향한 애증의 감정 또한 커지게 마련이요,그 애증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노라"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만 감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물론 나 자신은 사교육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비현실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돈 실컷 쏟아부으면서 정작 필요한 자질,곧 자율성과 독립심,책임감과 자신감은 사장시켜버리는 사교육의 역설적 폐해만큼은 필히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사교육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사례란 오명을 벗어던지고,사교육을 직접 받아본 세대의 살아 있는 경험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써,정책상의 명분에 얽매이기보다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 희망해본다.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
교육 전문가 및 정책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공교육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사교육 폐해를 격렬하게 비판하는 소리가 높긴 하지만,정작 사교육을 직접 받아본 이들의 생생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질 않는다. 광풍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사교육 열기를 진정시킬 요량이라면 필히 사교육 세대의 경험담에 귀 기울일 일이다.
사교육 세대의 남모를 고민인 즉,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이 문제는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엄마와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주저하는 자신을 보며 좌절하곤 한다는 것이다. 성년에 이르도록 자율성을 키워본 적도 없고,그에 따르는 책임도 져 본 적 없는 사교육 세대는,엄마의 손길에 전적으로 자신을 의탁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다시금 그리워 온다는 게다. 물론 수능을 다시 치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부모님들은 사교육을 약 처방하듯 선택하시는 것 같다. 값싼 약을 복용해서 효과가 없으면 비싼 약을 먹도록 하면 되겠지 판단하셔서 30만원 과외비를 50만원으로 올리신다. 하지만 비싼 과외한다고 그에 비례해 성적이 올라가는 건 아니기에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 또한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로 청소년정책연구원의 패널 자료 분석에 따르면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모자녀 간의 신뢰로 나타났다. 반면 사교육비 규모와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대치동 키즈' 가운데는 그동안의 대량 투자와 무조건적 희생을 고려하건대 필히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부모님께서 당신들 삶을 전적으로 희생하시고 대신 자식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으신 걸 보면 분명 내게 큰 기대를 걸고 계실 텐데,정작 자신의 실체는 부모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한심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부모님의 헌신적 보살핌을 받을 때마다 "빨리 성공해서 보답해드려야지" 하는 간절한 기원도 잠시 "왜 우리 부모님은 자기 분수대로 사는 것,작은 성취에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임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 것일까" 부모를 향한 원망이 깊어만 간다는 게다.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면 클수록 부모를 향한 애증의 감정 또한 커지게 마련이요,그 애증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노라"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경험하는 이들이 늘어만 감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물론 나 자신은 사교육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비현실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돈 실컷 쏟아부으면서 정작 필요한 자질,곧 자율성과 독립심,책임감과 자신감은 사장시켜버리는 사교육의 역설적 폐해만큼은 필히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사교육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사례란 오명을 벗어던지고,사교육을 직접 받아본 세대의 살아 있는 경험을 충분히 반영함으로써,정책상의 명분에 얽매이기보다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으리라 희망해본다.
함인희 <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