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동반성장] (5ㆍ끝) 中企 "1차 협력사에는 온기…2,3차 협력사도 체감하게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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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끝) 대ㆍ중기 상생을 위한 과제
"지원 지속 될까" 의구심도…신뢰 구축 급선무
"일방적 대기업 옥죄기는 中企에도 도움 안돼"
"지원 지속 될까" 의구심도…신뢰 구축 급선무
"일방적 대기업 옥죄기는 中企에도 도움 안돼"
터치스크린 전문기업 멜파스는 휴대폰 터치스크린 기술 하나로 대박신화를 일궜다. 창업 5년 만에 어렵사리 개발한 정전방식의 터치키를 삼성전자 등 휴대폰업체에 납품한 것을 계기로 2005년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2517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터치폰 햅틱을 만들면서 이 회사의 터치키를 전량 탑재한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기술력 하나로 성공한 케이스다.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원군을 등에 업은 덕분이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상생경영에 적극 나서면서 멜파스 같은 중소기업 성공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대 · 중기 상생'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최근엔 정부의 대기업 압박정책에 편승,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 · 중소기업 간 온도차 '여전'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들이 협력회사들과 상생 협약을 잇따라 맺고 있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이 느끼는 상생 체감온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특히 1,2,3차 벤더들의 입장 차가 다르다. 한 1차 벤더 대표는 "대기업들이 예전처럼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후려치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2,3차 벤더들은 대기업의 '상생경영'이 정부의 압박에 '시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동반성장이 말장난에 불과한 것"(정운찬 동방성장위원장)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실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력지수 격차는 2006년 1.4%포인트에서 2009년 6.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영업이익률 격차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정보통신 부문)의 2009년 영업이익률은 8.7%였으나 2차 협력업체 20개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9%에 그쳤다.
◆지속가능한 상생 패러다임 짜라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질적인 갑을(甲乙)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동반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중소 휴대폰 부품업체의 B 대표는 "아직도 일부 대기업은 계약서 없이 전화 한 통으로 주문량을 뒤집거나 납품가를 깎는다"며 "이런 상황에선 대기업의 동반성장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물협동조합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들이 상생경영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하고 과거의 잘못된 거래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고질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관행은 성과평가를 받는 실무자 선에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상생경영을 위해서는 납품가 후려치기,기술 · 비즈니스 가로채기,협력사에 책임 떠넘기기 등 대기업의 고질적인 거래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협력업체의 경쟁력 없이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동반성장 파트너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상시적으로 협력업체의 납품가에 반영해 주고 연구개발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킨 성과를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대기업 규제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봉 한국금형산업진흥회장은 "대기업이든,중소기업이든 상생하지 않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시대"라며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옥죄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