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사진)이 28일 4 · 27 재 · 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임 실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대통령께서 면모 일신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홍상표 홍보수석이 전했다. 임 실장은 또 이 대통령에게 "참모들은 항상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일(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건의에 대해 홍 수석은 "선제적으로 진용 개편을 하라는 의미"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고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명시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부담을 갖지 말고 참모들 인선을 하라는 뜻이다. 무한책임 발언에는 내각도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홍 수석은 "통상 이런 경우엔 이 대통령이 듣기만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이런 건의를 한 데는 무엇보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분당을 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엔 "선거는 당에서 치르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급선회한 것은 "참모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 기류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의 건의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스타일 기조 변화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이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폭은 훨씬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개각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문책성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만큼 선거 패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부에 근무하는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내달까지 거취를 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청와대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와 통일부,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환경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돼 왔지만 몇 개 부처가 더 포함될 공산이 크다. 개각 시기와 관련,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정 운영의 고삐를 다잡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내달 초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들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서민들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서민경제를 더 세심하게 챙기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친서민-동반성장에 더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과학비즈니스 입지 선정 등 지역 갈등을 부르는 주요 국책 현안들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