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원 · 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 투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국제업무관리관)는 28일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과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과도한 단기 차입이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기적 거래로 '김치본드'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을 지목했다.

최 차관보는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환율 매파'로 분류된다. 외환시장에선 '정부가 투기세력과의 전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은 이날 8원30전 하락한 1071원20전에 마감,이달 들어서만 26원가량 떨어졌다.

◆외은지점 단기 차입이 주범

최 차관보는 "외은지점의 본래 업무가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 국내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지만 최근 과도한 단기 차입에 의존하는 영업 행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재정부 관계자는 "3월 한 달에만 단기 외채가 70억~80억달러 늘었다"며 "대부분 외은지점이 달러를 빌려 원화나 외화 채권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은지점들이 국내외 금리 차에서 생기는 이익과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생기는 환차익을 노리고 투기적 거래를 확대,환율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최 차관보는 "내달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외은지점 특별검사가 끝나는 대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 축소하는 것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치본드 편법 발행 급증

정부는 최근 단기 외채 급증 원인으로 '김치본드'를 지목했다.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인 김치본드는 올 들어 1분기에만 37억달러가 발행돼 작년 연간 규모(61억5000만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달러화 차입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이용,외은지점을 통해 김치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치본드 발행 주체인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창구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외화 채권을 발행하면 외은지점이 달러를 들여와 인수해 주고,국내 기업은 조달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매각해 원화를 조달하게 된다. 이 과정이 원화 강세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투기세력이 장악한 NDF 시장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도 환율 불안의 요인이라는 게 정부 시각이다. NDF 시장에서 원 · 달러 거래는 올 들어서만 200억달러가 넘는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최 차관보는 "종전에는 NDF 시장에서 매수와 매도가 함께 일어났지만 최근에는 매도 일변도"라며 "상당 부분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NDF 시장 규제를 위한 장 · 단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과거 한 차례 내놓았던 NDF 매입초과포지션 한도를 정하는 것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NDF 직접규제는 자본통제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도입한 선물환규제와 은행세,외인 채권 과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수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김치본드ㆍNDF

◆김치본드=국내에서 달러 등 외화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달러 유동성이 풍부해 조달금리가 원화보다 낮을 때 발행 수요가 많아진다. 아리랑본드는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NDF=외환시장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운용하는 선물환.만기 때 원금 교환 없이 계약한 선물환율과 지정환율의 차이를 정산하기 때문에 차액결제선물환이라고 불린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