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민기업','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지난 20년간 노키아에 붙은 수식어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이자 한때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했던 노키아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의 표현이었다.

그랬던 노키아가 내년 말까지 7000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28일 발표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내년 말까지 핀란드 덴마크 영국 등에서 4000명을 정리 해고하고 중국 인도 핀란드 등에서 3000명을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로 보내기로 했다. 전체 직원 13만2000명(작년 말 기준)의 5%에 이르는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영원한 1등일 것만 같던 노키아가 구조조정이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던진 배경은 뭘까. 주요 외신과 국내 업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린 탓"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아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08년 40%였다. 이후 점유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작년에도 스마트폰 시장의 33.4%를 차지하면서 1위를 유지했다. 스마트폰 출하량도 1억대로 애플(4700만대),삼성전자(2400만대)를 월등히 앞섰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노키아는 자체 OS(휴대폰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를 고집하면서 실적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인도 아프리카 등 저가 시장을 겨냥해 '최고의 기술을 가장 싼 가격에 판다'는 판매전략도 고수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 이후 노키아는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북미시장 점유율은 2008년 4.3%에서 작년 2.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16.6%에서 23.2%로,삼성전자는 5.7%에서 9.7%로 점유율을 높였다. 올 1분기 실적은 더 충격적이다. 애플이 1분기 스마트폰 매출 119억달러를 기록하는 동안 노키아의 매출은 94억달러에 불과했다. 순이익도 애플이 59억9000만달러를 올린 반면 노키아는 3억4400만유로(5억300만달러)로 애플의 1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노키아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엘롭이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 경쟁사들로부터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 개념을 바꿈으로써 시장을 뒤엎었다"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실토했을 정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키아가 내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경쟁력을 잃은 심비안 스마트폰 판매는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시 휴대폰 최강자로 등극하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관측은 부정적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전자 양강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키아가 점유율을 높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전쟁은 순식간에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무서운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며 "경쟁에서 밀려난 노키아가 추가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태명/이태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