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견제' 발언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쓴다"고 28일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한 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이 곽 위원장 주장에 대해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환영한다'는 이 회장 언급의 의미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지만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신경 안쓴다'는 대목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평소 시장경제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진 분"이라며 "국민연금이 주주라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반대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란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표현한 것 아니겠나"라는 분석을 내놨다. '별로 신경을 안쓴다'는 이 회장 발언에 그런 뜻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곽 위원장은 "자본주의 혁신과 진화를 위해 기업관료 계층이나 경제단체와 달리 이 회장이 매우 통찰력 있는 의견을 보인 것"이라며 "이 회장도 환영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불쾌하다고 하는데 (이 회장처럼) 한복판에 계신 분이 환영한다고 하니까 놀라지 않았느냐"며 "(이 회장이) 참 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연기금 관리에 대해 투명하게 거버넌스(관리체제)를 세우면 (주주권 행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LED 삼성SDS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6개 전자 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오후 2시10분께 퇴근했다.

이태명/홍영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