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은 중간에 자본력을 무기로 진입한 대기업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시장을 키워온 중견기업입니다. 지금 논의 중인 안대로라면 회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키우지 말라는 소리죠."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리에 있는 '풀무원식품 음성두부공장'에서 28일 만난 임종길 공장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충격 그 자체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칫 두부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을 맞은 탓이다. 두부는 이 회사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임 공장장은 "풀무원은 매년 연구 · 개발(R&D)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고 100여명의 석 · 박사 연구인력 가운데 두부 전문가만 10명"이라며 "의욕을 갖고 투자해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컸으니 사업을 이양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으로 출발해 이제 겨우 대기업에 들어섰는데 사업 중단 얘기가 나오는 데 대한 직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이 공장의 장용길 생산파트장은 "풀무원도 1984년 설립 당시 수많은 영세업체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8년 전 첫 직장으로 음성공장에 입사한 이정윤 씨(38)는 "다들 의욕 상실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두부는 풀무원의 모태인데 이걸 빼면 뭘 해야 한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다른 두부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충북 진천에 첨단 시설을 갖추고 두부 생산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은 이듬해 중국 두부 시장에 진출,베이징 일대 두부 시장의 70%를 점유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처럼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업체에 대해 기존 사업을 접으라는 것은 식품업계의 글로벌화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고 강조했다.

천안에서 두부공장을 가동 중인 대상 관계자도 "첨가물이 없는 두부 등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키워온 식품업체들에 사업을 그만두라고 하면 앞으로 누가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품질 개선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음성=임현우/김철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