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메시지 전달방식 무례…'기브 앤드 테이크' 협상 의지 없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특별한 성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기 포기 의지가 없으며 진정성있는 태도로 한국,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는 계기였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에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전달된 메시지는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이 전직 미국 대통령을 단지 메신저로 이용한 것은 모욕적인 것이며 무례한 것"이라고 말했다.

빅터 차 교수는 "그 메시지가 천안함에 대한 유감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면, 유용한 것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터가 갖고 온 메시지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센터 소장은 "엘더스 그룹의 방북 결과는 북한이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는 한국, 미국과 협상하는데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2008년 중반부터의 상황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부시 소장은 "북한이 그 의도에 깊은 우려를 낳게 하는 행동들을 잇따라 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협상'은 생각할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도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보다 신뢰할 수 있게 될 때만 개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김 위원장이 카터를 맞이하지 않은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며 "지난해 방북했던 카터를 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았던 것은 당시 중국을 방문중이었다는 구실이 있었다.

카터의 스타일에 비춰 이번 방문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평양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이어 "보도됐듯이 카터가 서울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중 연락을 받고 차량을 돌려 되돌아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받은 방식은 특이하다"며 " 김 위원장이 카터와 '주고 받기'(give-and-take)를 원치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그 대신 진부한 내용을 담은 짤막한 메시지를 카터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이번 방문의 성과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향이 없으며, 자신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카터 일행을 맞이한 북측의 극도로 낮은 예우는 북한이 이번 방문을 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공항을 향해 이미 출발한 카터에게 전달된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는 것도 '의전'의 측면에서 무시하는 태도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새로운 것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이전에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무조건적 회담을 하겠다고 했었지만, 현재의 남북간 긴장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을 해오지 않았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조만간 남북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번 카터의 방북이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향후 북한이 한국,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행동을 하거나, 6자회담의 의미있는 진전을 낳을 준비가 돼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북이 누가, 왜 추진했는지 모르지만 성취물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며 "특히 이번 방북이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