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비판론에 관용의 문화 길러야"…유엔 인권이사회 17차 회기에 제출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오는 6월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제 17차 회기에 제출한 대한민국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2008년 이후 한국에서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22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라뤼 특별보고관은 "1987년 이후 인권 상의 중대한 성과가 있었으나,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커졌다"며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에 기초해 정부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표현한 개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라뤼 보고관은 명예훼손과 인터넷상 의사 표현의 자유, 선거 전 의사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의사ㆍ표현의 자유 제한, 공무원의 의사ㆍ표현의 자유권, 언론의 독립성, 국가인권위원회 등 8가지 분야에서 한국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고 개정을 권고했다.

라뤼 보고관은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등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례로 꼽았다.

라뤼 보고관은 "민법에 명예훼손에 대한 금지규정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명예훼손을 형법상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정부기관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빈번하게 제기하는 데 대해 "비판론에 대한 관용의 문화를 증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 실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원 확인을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하기를 권고하며, 신원 확인은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를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의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선거 전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선거 관련 의사 표현과 정보 공개에 관한 규제 기간을 선거일 6개월 전으로 한 것은 너무 길뿐만 아니라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회 신고제와 관련, "사실상의 사전 승인제를 폐지함으로써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고, 공무원에 대해서도 공직상의 임무 범위를 넘어선 공공이익에 관한 경우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뤼 보고관은 지난해 5월 6~17일 한국을 방문해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청 등 16개 정부기관을 방문, 실태조사를 벌였다.

라뤼 보고관은 지난 2월 초 총 29쪽에 달하는 보고서 초안을 한국정부에 문서로 전달했고, 해당부처의 사실관계 검토를 거쳐 최근 UNHRC에 최종 보고서를 냈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