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요? 올해 천재지변(天災地變)이란 재앙은 모조리 다 피해다니고, 오히려 경쟁자의 어려움에 반사이익은 깡그리 챙겨가고 있으니‥"

현대차그룹이 증시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미증유 코스피 2200시대'를 열어 제치더니, 이제는 여의도 증권가(街)를 '감탄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올들어 일본 대지진과 미국 토네이도 잇단 천재지변을 피해를 모두 피했다. 대신 경쟁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오히려 대규모 '반사이익'을 올리고 있다. 기업분석 임무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탄성을 내뱉고 있는 이유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 알라바마, 조지아 지역에서 전날 대규모 토네이도가 발생해 경쟁자인 일본 도요타,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을 직접 타격했다. 더욱이 공장뿐 아니라 주변 도로까지 파괴돼 공장가동은 물론 부품 공급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으로 도요타, 닛산 등 최대 경쟁자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사이 글로벌 마켓에서 서서히 입지를 넓혔다.

현대차가 지난 1분기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1조8275억원을 달성한 것도 이 영향 덕분이다. 실제 현대차의 해외판매는 전년대비 11.6% 급등한 75만대에 달했다. 경쟁사인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50~60% 감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갑자기 불어닥친 미국 토네이도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도요타는 정전돼 최소 이번 주말까지 공장가동이 어려워 질 것이란 전언이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알라바마 공장은 이들보다 남쪽에 위치해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무더기 행운(?)'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시기', '영업상 더 없이 좋은 상황', '증시내 최고의 센티멘트'에 이르기까지 다소 전문가들답지 않은 냉철하지 못한 분석자료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 테네시와 알라바마주에 갑작스런 토네이도가 몰아쳐 도요타 및 주요 고속도로 등 공급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알라바마 남쪽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 등만 피해가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이다"고 예상했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반사이익에다 이번엔 미국의 토네이도로 도요타, 벤츠가 공장가동이 힘들어졌다"며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현대차에 더 없이 좋은 상황"이라고 말해 주가전망을 밝게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차종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증시의 센티멘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보수적 예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지배주주지분 당기순이익은 7.5조 이상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기존 6.5조에 비해 15% 더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기존 전망에 비해 수량이 늘어나거나 생산믹스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증가, 판관비 축소 등이 기대되는 만큼 향후 실적에 대한 조정(상향)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위상을 가늠해주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도 격상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실제 차량 1대당 판매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 현대차는 "중형차 이상의 고급차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당 판매가격이 전년대비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그룹의 최대 '숙원 사업'이었던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그것도 현대그룹에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지위를 뺏긴 이후 인수ㆍ합병(M&A)에 성공, M&A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한국M&A협회 등 전문가들은 "한국 M&A 역사상 유례 없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인수자금의 출처가 문제가 돼 M&A 딜(deal)이 깨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