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분기 중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냈다. 매출액도 10조원을 넘었다. K5 스포티지R 등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는 앞서 실적을 발표한 '큰집' 현대자동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세가 뚜렷한 점이 좋은 실적을 뒷받침했다.

기아차는 29일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갖고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연결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36.7% 늘어난 10조65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1%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1분기 순이익은 9532억2100만원으로 91.2% 증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회계기준이 바뀌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7.9%로 현대차의 10.0%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는 중대형차 비중이 커 기아차보다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과 중형차 K5 등이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기아차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만 10만500대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7만7000대)보다 36.6% 늘어난 물량이다.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해 미국 시장점유율을 3.4~3.6%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차가 없어 팔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3.5~3.7개월치 재고량을 갖고 있지만 기아차는 미국 재고가 2.1개월치"라며 "이달이 지나면 재고가 0.9개월치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는 중국 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올초 판매한 K5에 대해 중국인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며 "현재 K5 계약이 하루 100대가량 들어오고 있어 올해 안에 판매량 5만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올해 판매량 목표치인 243만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판매량이 다소 유동적이지만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당초 목표한 243만대를 약간 웃돌 것"이라며 "매달 네 번 정도의 정상적 특근만으로도 260만대까지는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많이 상회했다"며 "현재 차량이 생산만 되면 바로바로 판매되는 상황이라 2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가 1분기보다 조업 일수가 더 많은 것도 판매량 증가가 지속될 이유로 꼽았다.

일본 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예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아차는 지진 영향이 거의 없다"며 "일본 업체가 피해를 받아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그동안 축적된 브랜드 인식의 변화를 잘나가는 이유로 본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