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사람은 안다. 텃밭 가꾸기가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주말농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답답한 아파트와 숨막힐 듯한 조직생활에 지친 도시 봉급쟁이들은 환호했다. 주말마다 온가족이 밭에 나가 야채와 과일을 직접 가꾸고 수확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던 까닭이다.

그러나 씨 뿌리고 싹이 날 때의 기쁨도 잠시,바쁜 나머지 돌보는 걸 한 주라도 거르면 밭은 엉망이 됐다. 잡초 투성이에 벌레 먹고 가지는 쓰러지고.김매기도 김매기요,때 맞춰 곁순을 치고 벌레를 잡지 않으면 작물은 사라지고 없다.

파종한 뒤부터 잠시도 한눈 팔지 말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애썼는데 수확 직전 몽땅 도둑 맞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부푼 꿈과 야심찬 포부에 아랑곳없이 1년 만에 두 손을 들었다.

주말 농장만 힘든 게 아니다. 10평짜리 텃밭에 고추라도 심으면 여름내 허리가 휘어진다. 은퇴한 뒤 시골에 텃밭 딸린 집을 장만해 자식들 먹일 푸성귀라도 길러보려던 이들의 경우 생각과 다른 현실에 한숨을 내쉰다. 텃밭이 있다고 야채와 과일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 셈이다.

그래서인가. 요즘엔 실제 텃밭보다 인터넷에서 키우는 게 유행이다. 소셜게임 '팜빌(Farm Ville)'과 '플레이가든' '고고! 농장'이 인기를 끄는 게 그것이다. 팜빌은 세계적으로 8000만명이 즐긴다는 농장 경영게임이다. 땅을 개간하고 농작물을 심어 수확해 돈을 번다. 레벨에 따라 심을 수 있는 농작물이 늘어나고 레벨이 높으면 땅도 넓힐 수 있다. 페이스북 이웃끼리 서로 돕는 것도 특징.이웃이 있어야 농장을 확장하거나 도움을 받아 마굿간 등을 지을 수 있다.

4 · 27 재 · 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이 사라졌다고 한다. 경기도 성남 분당을과 강원도에서 패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원인에 대한 분석은 간단하다. 쇄신은 타령일 뿐 기득권을 움켜쥐느라 이전투구,정작 민생은 뒷전인 여당에 양쪽 모두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텃밭 운운하면서 공천권 싸움으로 날을 지새다 큰코 다친 것이다. 텃밭이 없어진 걸로 치면 김해을도 다르지 않다. 진짜 텃밭은 물론 인터넷 텃밭도 조금만 방심하면 잡초밭이 되거나 말라죽지 않으면 문드러진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똑바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텃밭이 존재할 리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