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물가 억제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도해온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시장 원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시장이 우리의 정책기조인데 개인들이 불쑥불쑥 나서 시장에 혼선을 줘선 안된다"고 말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정책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시장경제 원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시장경제 원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설립 목적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감시자 역할도 필요하지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는 사회 공론화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지난 26일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재계와 관계에서는 곽 위원장의 연기금 관련 발언을 수습하려는 청와대와의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반(反)기업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새롭게 들고 나온 '친시장'캐치프레이즈가 단순히 코드 맞추기나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