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위기는 '말로만 통합'인 채로 13년이 흐른 데 원인이 있다. 2000년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은 한 지붕 네 가족인 은행 · 보험 · 증권 · 저축은행 등 4개 권역 간 탕평인사를 통해 화학적 통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승진 · 권한 면에서 인기 부서와 찬밥 부서가 확연히 갈렸고,출신 권역이 아닌 부서로 배치된 직원들은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특히 사고가 많은 저축은행 부서는 철저히 기피됐다. 그 결과 소수 인력이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하게 돼 업계와의 유착 여지도 커졌다.
금감원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본연의 임무를 철저히 되새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금감원은 그동안 현장검사는 소홀한 채 금융회사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인허가 업무나 어설픈 정책 수립에 몰두해왔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2008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직이 분리된 뒤엔 기관장 간 알력이 생겨 이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한 것도 사실이다.
금감원의 임무는 금융현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를 세우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기능을 대폭 강화한 권혁세 금감원장의 시도는 만시지탄이지만 정상화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아울러 조직원들의 뼈를 깎는 반성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