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내 돈 쓰며 봉사하는 자리지만…모교발전에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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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교우회장 선거로 본 대학 동창회장
"교우회장 꼭 한번 해보고 싶은데….사업이 기울어서 명함도 못 내밉니다. " 고려대 교우회장을 뽑는 정기총회가 열린 지난 28일,총회장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한 노신사는 "고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자리가 교우회장 아니겠느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고려대 30대 교우회장 선거는 단일 후보가 박수로 인준받은 예년과 달리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고성이 오간 끝에 찬반 표결이 이뤄졌다. 결국 구 후보는 3시간반 동안 진행된 총회 끝에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탈락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교우는 "교우회장은 학교를 위해 사재까지 털어가며 봉사해야 하는 자리인데도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 고대인의 학교 사랑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웃었다.
동창회장의 기본적인 임무는 동문들의 친목과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학교 발전을 돕는 일이다. 동창들을 찾아다니며 기부금도 모아야 하고,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는 수많은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봉사의 자리다.
해외에 퍼져 있는 동창 네트워크를 챙기는 것은 동창회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로 꼽힌다. 낯선 곳에 정착하려는 이들에겐 동창 모임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 학교 동창회장들은 취임 직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지부를 방문하는 행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동창회장에겐 출신학교 동창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큰 명예도 주어진다. 일부 사립대 중에는 동창회에 재단 이사 자리를 할당하는 경우도 있다.
동창회장이 졸업생들을 대표해 총장 선출 등 모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세대는 이사 정원 12명 중 2명을 동문회에 배정했고,고려대 역시 교우회장에게 이사 자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창회장은 성격상 권한 행사보다는 '봉사'에 방점이 찍혀 있는 자리라는 게 중론이다. 고려대 교우회장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참석한 공식 행사만 110건에 이른다. 박종구 전 교우회장이 학교 건물 건축에 사비 120억원을 기부한 것처럼 동창회장이 되면 거액을 기부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광수 서울대 총동창회장(임광토건 회장)은 10년째 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모교에 봉사하려는 그의 의지에 더해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주변의 평가 덕에 이렇게 오래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모교 장학사업을 위해 2002년 취임 초부터 동창회관 건설사업을 추진해왔다. 350억여원을 들인 이 사업은 5년간의 모금을 거쳐 2007년 착공,지난 3월 완공했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낫다는 게 동문들의 공통된 의견이어서 5회 연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연세대 동문회장으로 뽑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선임 당시에는 업무가 많아 고사했지만,동문들의 설득으로 결국 승낙한 케이스다. 내달로 3년 임기가 끝나지만 동문들의 성원이 많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동창회장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 동창회장을 맡지만 이번 고려대 교우회장 선거처럼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과열'로 보이는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이에 대해 교우회 관계자는 "고려대에 다녀보지 않은 사람은 고대 출신 특유의 학교 사랑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교우회장은 교우 전체의 얼굴이기 때문에 적임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때로는 그 표현이 강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