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지난 3년여간 국내 주식형 순자산 '1조 클럽'펀드들의 면면이 크게 바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수는 절반으로 준 대신 한국 교보악사 알리안츠 JP모간 KB운용 등의 펀드로 다양화됐다. 한국운용의 1조 클럽 펀드 수는 3개로 늘었으나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해 '순자산 1조의 저주'란 말도 나오고 있다.

◆1조 클럽 2개 감소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가 1일 코스피지수가 최초로 2000선을 넘은 해인 2007년 말과 지난달 29일 순자산 1조원 이상 국내 주식형펀드(운용펀드 대상)를 조사한 결과 1조 클럽 수는 13개로 2007년 말(15개)보다 2개 줄었다. 29일 코스피지수는 2192.36으로 2007년 말보다 높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난 때문이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은 순자산 2조1084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순자산 1위를 차지했다. 이 펀드는 2007년 말에도 1위였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와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1'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이 나란히 2~4위에 오르며 2007년 말 2~4위였던 '미래에셋디스커버리' 3호와 2호,'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을 뒤로 밀어냈다.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를 포함한 6개 펀드가 새로운 1조 클럽 멤버에 포함됐다. 2~4위 펀드와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KB한국대표그룹주' 등이 새 얼굴이다.

미래에셋운용의 1조 클럽 펀드 수는 5개로 2007년 말(10개)의 절반으로 감소했다. 현재 1조원을 넘는 펀드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와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1' '미래에셋디스커버리' 2 · 3 · 4호뿐이다. 이 밖에 한국운용이 3개, 교보악사 알리안츠 JP모간 KTB KB운용이 각각 1개씩을 명단에 올렸다. '한국투자한국의힘'과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등도 순자산이 90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으면서 1조 클럽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

◆13개 중 8개펀드 평균보다 우수

1조 클럽 펀드들은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이름값을 했다. 전체 13개 중 8개 펀드들이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 국내 주식형 평균(9.97%)을 앞섰다.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는 연초 이후 17.42%로 평균보다 7%포인트 높은 성과를 냈다.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 'KTB마켓스타' 등도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1조 클럽 펀드 수익률은 대형주 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최근 지수 급등 과정에서 자동차 화학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강세를 보인 덕을 봤다"고 말했다.

반면 1조 클럽 펀드 수가 2007년 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 단 1개에서 3개로 늘어난 한국운용의 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1과 2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0.43%와 -0.32%로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그룹 내 비중이 큰 정보기술(IT)과 금융업종의 주가 흐름이 나빴던 탓이다. 한국운용의 대표 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의 수익률도 연초 이후 7.34%로 평균보다 2%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 규모가 너무 커지면 시장 대응력이 떨어져 수익률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