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부터 의회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를 협의하고 비준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비준동의를 의회에 요청하면 의회는 90일 안에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미 의회에서의 통과는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대한민국 국회다. 한 · 미 FTA 는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협정이다. 특히 이번 FTA에는 전에 없었던 서비스 산업이 포함돼 있는 만큼 한국은 가장 선진국인 미국과의 FTA를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동아시아 서비스 산업의 허브가 될 절호의 찬스다.

그런데 한국의 국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국회 표결 과정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은 미국 의회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잘못된 제도에 있다. 한국 국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 중 하나는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는 것이다.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이다. 이 경우 위원장은 의사진행을 중단시키고 경위를 불러 소란을 피는 의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퇴장시키고,경우에 따라서는 회의에 다시 참석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의원이 번번이 행패를 부리면 윤리위에 회부해 벌을 받게 하고,소위에서 제명하거나 심지어 의원직을 박탈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자기 맘대로 막가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돼 있는 게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정부 대책이 부실하다고 나무란 데 대해 김 본부장이 "강 의원,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십시오"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벌어진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우선 강 의원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소속도 아닌 사람이 회의장에 들어가 조용히 방청한 게 아니라 위원장의 팔을 잡아 회의를 방해하는 행동은 의원답지 못했다. 그렇다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모욕적인 언사로 무시하는 것 또한 심각한 사건이다. 미국 같으면 당장 외교부 장관에게 사과는 물론 관련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가 걱정이다. 한 · 유럽연합(EU) FTA 비준안의 소위 표결에서 벌써 몸싸움이 시작됐으니 한 · 미 FTA 표결에서 몸싸움이 더욱 격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여론은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 · 미 관계가 좋다. 여론조사를 봐도 미국인들의 80% 이상이 한국인에 대해 우호적이며 한국을 미국이 가장 믿을 만한 아시아의 동맹국이라고 여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인들의 교육열과 부지런함을 칭찬한다.

이제 한 · 미 FTA 가 통과되면 한 · 미 관계는 통상 측면에서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와 기업의 투명성,공정성,동반성장 등 배울 게 많다. 제발 사사로운 반미 감정은 버리고 세계 제일의 강대국 미국과 손을 잡는 게 선진국 대열에 서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