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인마을에는 3층 이하의 단독주택만 지으라고 하더니 구룡마을은 고층아파트 건립을 허용했습니다. 아무리 공영개발이라지만 이렇게 차별해도 되는 겁니까. " 서울시가 최근 구룡마을 개발 계획안을 발표한 데 대해 헌인마을 시행사인 우리강남PFV 관계자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개포동 구룡마을과 최근 시공사 법정관리로 홍역을 겪고 있는 내곡동 헌인마을의 엇갈린 운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사업지 여건은 비슷하지만 개발 방식과 그에 따른 사업성 등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구룡마을과 헌인마을은 강남권의 무허가 판자촌이면서 20여년간 방치돼온 땅이라는 점,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개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 · 허가를 처리하는 곳(서울시 도시개발과)도 똑같다. 건설업계에서 '이란성 쌍둥이'처럼 인식해온 이유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구룡마을에는 평균 13층 높이의 아파트 279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헌인마을은 2008년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3층 이하의 단독주택 261가구를 짓도록 결정했다. 이보다 석 달 앞서 5층 이하의 단독 · 공동주택 352가구 건립을 허용했던 결론을 뒤집어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두 사업장의 적용 기준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구룡마을은 SH공사가 주도하는 공영개발로 추진되지만,헌인마을은 민간 개발이어서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헌인마을 시행사 측은 "민간 개발에 대한 특혜시비를 우려하는 서울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최소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절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헌인마을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자 시행사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경기 위축도 원인이겠지만,까다로운 인 · 허가 절차가 두 건설회사 좌초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SH공사가 개발하는 구룡마을에 대한 서울시의 '통 큰' 개발계획을 보면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정선 건설부동산부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