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례대표는 당규상 정치 신인만 해당돼 재선을 위해선 지역구를 찾아야 하는데,거주지인 서울 · 수도권은 이미 동료 의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또 4 · 27 재 ·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공천을 받아도 재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

총선 시즌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의원은 현재 22명으로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보수 바람' 덕분에 서울 48개 지역구 중 41개(강용석 무소속 의원 포함)를 차지했다.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지만 이게 비례대표 의원들에겐 독이다. 비례대표인 A 의원은 "40명의 동료 의원들을 제쳐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역구 의원들과는 조직력이 당연히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천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비례대표 의원들이 서울 강남권에 산다는 점도 문제다. "당에선 전통 강세 지역인 강남권 공천을 비례대표에게 주지 않을 것"(당 관계자)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강남권에 살고 있는 B 의원은 "교회 등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면 해당 지역구 선배들로부터 의미심장한 전화가 꼭 걸려온다"며 "어딜 가지도 못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강남권 공천이 안 된다면 지금이라도 주소를 옮겨야 하는데 이 때문에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을 넘어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당선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서울의 C 의원은 "여당 의원이 없는 곳은 한나라당 바람이 인 18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내준 곳인데 이곳에서 다음 총선 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수도권 출신인 D 의원은 "보수 아성인 분당을도 졌을 만큼 민심이 돌아섰는데,수도권에서 공천을 받아 이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인천 12곳 중 10곳, 경기도 50곳 중 31곳서 의석을 챙겼다. 경남 출신의 E 의원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19대 총선에선 E 의원이 노리는 지역구가 빌 가능성이 높아 이달 중 시내에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