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롯데·신세계와 한판승부
◆현대백화점 "수도권 남부를 잡아라"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 657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알파돔시티'를 매입했다. 총 면적 17만7850㎡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현대는 2014년까지 이곳을 백화점(영업면적 5만2800㎡)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어우러진 복합쇼핑몰로 짓기로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사진)이 수익성 검토에서부터 투자의사 결정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을 주도한 덕분에 6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알파돔시티 쇼핑몰은 롯데백화점 몫이었다. 하지만 적정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지난 2월 협상이 틀어지자 알파돔시티 측은 현대에 '러브콜'을 던졌다. 현대가 'OK 사인'을 보내는 데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 지역 상권이 좋다고 본 것이다.
용인시 인구는 2000년 40만명에서 지난해 85만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분당지역 인구도 같은 기간 39만명에서 46만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수원시 광교 · 영통,용인시 흥덕 · 동백,화성시 동탄 등지에 신도시가 차례로 들어서면서 상권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양재점과 광교점만으론 수도권 남부 상권을 잡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터에 '제안'이 들어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영업면적 5만㎡ 규모의 양재점을 열 계획이며,비슷한 시점에 수원 영통구에 들어서는 광교신도시에도 3만3000㎡ 규모의 백화점을 내기로 했다.
◆수도권 남부 백화점 지형도 바뀌나
2014년 현대백화점의 동시다발적인 출점이 완료되면 수도권 남부 상권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당장 이 일대 '백화점 맹주'로 꼽히는 AK플라자 분당점(3만6478㎡)과 롯데 분당점(3만㎡)이 타격받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알파돔시티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데다 규모와 시설,주차대수 등 인프라 측면에서 밀린다는 이유에서다.
알파돔시티는 AK플라자 분당점과 직선으로 1.3㎞,롯데 분당점과는 1.4㎞ 거리에 있다. AK플라자 분당점과 롯데 분당점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5700억원과 2700억원 선이었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 알파돔시티 진출 첫해에 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뒤 2017년엔 7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알파돔시티를 명품 백화점으로 꾸미기로 한 만큼 비슷한 컨셉트의 AK플라자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롯데 분당점은 차별화를 위해 젊은층을 타깃으로 매장 구성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경기점은 현대백화점 알파돔시티와 광교점(영업면적 3만3000㎡)의 '합동 공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분당에선 알파돔시티와,용인 수원 화성 평택에선 현대 광교점과 상권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5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개점 4년 만에 AK플라자 턱밑까지 쫓아온 신세계 경기점의 '파죽지세'가 2014년을 기점으로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자동차 본사 부근에 들어서는 현대백화점 양재점(영업면적 5만㎡)은 분당 · 용인 지역의 '원정 쇼핑객'은 물론 신세계 강남점,롯데 잠실점,롯데 평촌점(내년 개점 예정) 고객도 일부 흡수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알파돔시티 인수로 2020년께 매출 20조원과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 2020'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