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대가 시작됐다. 복수노조 시행(7월1일)을 2개월 앞두고 있지만 현장 노조원들은 이미 복수노조 설립에 나서는 등 노노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복수노조는 주로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강성 노조로 평가받는 동서발전노조는 합리적 노선을 희망하는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아예 개인별로 노조를 탈퇴한 뒤 기업별 노조를 설립 중이다. 동서발전 노조원 900여명은 기존 소산별노조인 발전노조와는 별도로 기업별 노조 설립 신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고용부는 "7월1일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신고서를 반려했지만 이 사업장은 사실상 산별노조와 기업별 노조인 복수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를 둘러싸고 지난해 6월 이후 300일 넘게 파업을 벌여온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KEC지회 내에도 일부 온건세력이 기업별 노조를 설립 중이다. 상신브레이크에서는 노조원들이 극한투쟁에 실망해 민주노총을 탈퇴하자 강성 노조원들이 또다시 민주노총 소속의 제2노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조가 사용자의 잘못을 눈감아줘 복수노조가 생기는 곳도 있다. 통상임금 지급 기준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었던 전주지역버스 7곳에서는 기존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 중 일부가 민주노총 노조를 만들어 노노 갈등을 빚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미 2개의 노조를 인정했으나 고용부는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투쟁노선에서 온건으로 돌아선 곳에서도 복수노조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때 골리앗 투쟁을 벌이며 강성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현대중공업은 상생의 노동운동을 펼치며 17년째 무분규를 이어왔지만 일부 강성 세력들이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서울지하철을 비롯해 인천지하철 발레오 등에도 또다시 민주노총 노조 설립에 나서는 세력이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관리직과 영업직 연구직들이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노조 기업인 삼성과 포스코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에다 최근 출범한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 관계자까지 접근하며 노조 설립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설립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며 대기업과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어 복수노조를 둘러싼 현장의 노노 갈등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