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개미'와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가 스포츠브랜드인 MLB와 베네통코리아로 유명한 F&F를 적극 매수하고 있다.

슈퍼개미는 발품을 바탕으로 매수에 나서는 반면 헤지펀드 매니저는 재무제표를 토대로 사자에 나서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지난달 7일 F&F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9.21%까지 늘렸다. 2009년부터 꾸준히 F&F를 매수해 온 김씨의 주식 수는 141만8170주로 119억원어치에 달한다. 김씨는 기업의 실질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F&F의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씨는 매주 일요일 시간을 정해 서울 명동의 MLB대리점을 방문한다. 그 뒤 건너편 건물 2층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영업상황을 관찰하는 일을 3년째 하고 있다. 카페에 앉아서 대리점을 주시하며 1시간 동안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숫자를 '正'자로 하나하나 표시해 가며 집계한다. 서울 가산동의 회사 소유 토지(8808㎡)도 직접 답사해 입지를 분석하고 나름의 가치를 산출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근거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헤지펀드의 매니저는 정반대다. 10년 전부터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그는 한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사 재무제표 영문서비스를 통해 투자 기업을 고른다. F&F도 그런 과정을 통해 선별됐다. 그는 작년 9월 평소 친분이 있던 김봉기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전화를 걸어 "F&F의 지분을 매입하려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F&F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에게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종목이라서 김 센터장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F&F의 시가총액은 129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잉여현금만 200억원에 달했다. 자기자본도 2009년 말 1226억원에서 1504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서울 역삼동 본사 건물을 비롯한 부동산 가치만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센터장은 "해당 펀드 매니저는 미국에서 재무제표만을 보며 매수 종목을 고른다"며 "판단이 빗나간 적이 없어 비결을 물었더니 재무제표를 꼼꼼히 보면 된다고 답해왔다"고 전했다.

김씨의 F&F 지분이 5%를 넘긴 것은 헤지펀드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시점과 비슷한 지난해 9월이다. 당시 4000원 초반이던 F&F 주가는 지난달 29일 8410원까지 올라 100.47%(4215원)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입동기는 달랐지만 양쪽 다 올바른 투자판단을 내린 셈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