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잔액은 총 189조6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잔액 188조414억원보다 1조6469억원(0.9%) 늘어난 것이다.

은행당 평균 3745억원꼴로 증가했다. 작년 9월 말부터 지난 3월 말까지 DTI 규제가 완화됐던 기간의 월평균 주택 대출 증가액(3029억원)보다 24%가량 늘었다. 이 중 한 은행은 6132억원이나 증가했다. 작년 4월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증가액이 92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치다.

정부는 2009년 9월부터 서울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구)에만 적용되던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시행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DTI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가 지난달부터 규제를 부활했다.

DTI 규제에도 주택 대출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계절적인 요인,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집단대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통계를 봐도 DTI와 주택 대출은 큰 관련성이 없다"며 "이사철과 은행들의 영업 시즌이 맞물리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담보 대출이 집을 새로 사는 본래 목적뿐 아니라 사업 자금,생활비,자녀 결혼비용으로 활용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주택을 담보로 하면 다른 대출보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데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 침체 속에 대출이 늘어난 것은 신규 분양 입주자들의 집단 대출 때문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가계자금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택담보 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늘어났으나 저소득층의 채무상환 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