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밤 9시33분.기자의 휴대폰으로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왔다. '5월 E1 LPG 가격 재공지(동결,4월 가격과 같음) 프로판:1289원/㎏ 부탄:1677원/㎏.'이날 오후 5시 각각 ㎏당 69원 올린다는 보도자료를 낸 지 4시간 반 만이었다.

5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결정을 앞두고 업계에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국내 공급가격의 기준이 되는 전월 국제가격(CP)이 3월에 비해 프로판은 t당 55달러,부탄은 30달러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안은 철회됐고,LPG값은 5개월째 묶였다.

이번에도 정부의 '가격 지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LPG 수입 판매업체 SK가스는 5월 공급가를 75원 올렸다가 고심 끝에 1일 동결키로 결정했다. 지식경제부는 2월 가격이 결정되기 직전인 1월31일 오후,LPG 수입 업체인 E1과 SK가스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1월 프로판 CP가 ㎏당 30달러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웃돈 데 따른 조치였다. 공문엔 택시 업계와 서민층 고통 분담 차원에서 2월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3월 이후에 분산 반영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월에도 정부 입김으로 인상 요인 가운데 절반만 반영한 터였다. 작년 말 SK가스는 프로판과 부탄을 ㎏당 249원씩 인상하려 했다가 160원대로 인상폭을 다시 조정했다. 기업별로 1월 한 달에만 300억원가량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부과된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 탓에 경영환경도 좋지 않아 올해는 적자가 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분산 반영마저 어려워졌다. 2월 t당 820달러,810달러였던 프로판과 부탄 CP는 지난달 875달러,890달러까지 올랐다. 다음달 가격에 영향을 미칠 5월 가격은 945달러,99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LPG 차량 감소와 도시가스 공급지역 확대,클린 디젤의 택시 시장 공략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LPG 업계는 가격까지 묶이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1의 순이익률은 2008년 이후 1%대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손실을 해외 트레이딩을 통해 메우고 있다"며 "올해 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