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애플의 글로벌 부품업체들은 적자 내지는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246억6700만달러(26조3690억원),영업이익은 98% 증가한 78억7400만달러(8조4000억원)에 달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 호조가 주된 원인이었다. 아이패드의 경우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올 3월까지 전 세계에서 1950만대가 팔려나갔다. 아이폰의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865만대에 달했다.

반면 부품업체들의 실적은 애플과는 반대였다. 국내에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3대 부품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모두 저조했다. 삼성전기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은 모두 적자를 냈다.

삼성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1조7137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9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어들었다. 이 회사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애플에 공급하며 연성 인쇄회로기판(PCB)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기는 아이폰4가 발매 직후부터 줄곧 수혜주로 언급돼 왔지만 정작 발표된 영업이익에는 '수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4에 들어가는 망막(레티나 · retina)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아이패드와 아이팟용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장분석업체 트레피스는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애플의 부품업체 중 LG디스플레이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패드2용으로 개당 127달러 상당의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 부품을 납품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2가 2000만개 팔리면 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은 매출 5조3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3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 2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과 아이패드2에 들어가는 연성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역시 마찬가지.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23억원 흑자에서 73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해외부품업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66억2600만달러 규모의 매출 가운데 22%를 애플 제품 조립에서 거뒀던 홍하이는 처음으로 2억1800만달러(2300억원)의 순손실를 기록했다. 아이패드2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달리 주요 부품업체들에게 말못할 고민을 안겨주는 이유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