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정상화 뱅크'를 통해 은행권 부실 부동산 PF채권을 처리하는 방안을 1일 발표했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PF정상화뱅크를 설립하고 각 은행이 이곳에 PF 부실채권을 넘기는 방안이다. PF정상화뱅크는 은행권 PF 부실채권 6조7000억원 가운데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6월 말까지 시장 가격으로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경우에는 이를 조율할 기관이 없어 PF정상화뱅크가 제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1조6000억원 부실채권 매입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PF정상화뱅크는 은행권이 출자한 부실채권 전문 처리회사인 유암코 산하에 사모투자펀드(PEF) 형태로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자금을 출자하고 경영은 유암코가 맡는다. 우리 국민 신한 하나 외환 등 5개 시중은행과 기업 산업 농협 등 3개 특수은행이 1조원가량을 출자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증권 보험 등 2금융권도 출자할 수 있다. 나중에 PF사업장이 정상화되면 수익도 공유한다.

PF정상화뱅크가 사들이는 PF 채권은 전국 35개 사업장에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조6000억원 규모 부실 PF 대출이다. 부실 PF대출의 시장 매입가격이 통상 장부가격 대비 50~6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1조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PF부실채권은 자산관리공사의 구조조정기금 4조5000억원을 활용해 정리된다"며 "PF정상화뱅크의 매입대상은 은행권 PF대출"이라고 밝혔다.

PF정상화뱅크는 시공사에 대한 채무조정,신규자금 공급,사업권 인수 등을 통해 PF사업장의 구조조정 및 정상화를 추진하게 된다. 다음달까지 1호 PF정상화뱅크가 설립되고 추가로 2호,3호 PF정상화뱅크가 설립될 예정이다.

PF정상화뱅크 설립으로 그동안 PF대출 회수에 급급했던 은행권도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PF정상화뱅크에 부실채권을 매각해 건전성이 좋아지면 신규 자금지원 여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8.01%로 지난해 말(16.44%)보다 1.57%포인트 올랐다.

◆정상화 가능성 높은 사업장 지원

은행권 채권 비중이 75% 이상이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정상화계획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상화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PF사업장이 대상이다. 여기에 2009년 이후 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건설사가 C등급(워크아웃 · 기업개선작업)이나 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되고 해당 PF 대출이 은행으로부터 '고정이하(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판정을 받은 곳이어야 한다.

은행들은 2009년과 지난해 건설회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2009년엔 1차로 12개(C등급 11개,D등급 1개),2차로 17개(C등급 13개,D등급 4개)등 29개 건설사가 C 또는 D등급으로 분류됐다. 지난해에도 300대 건설사에 대한 경영 평가를 통해 16곳을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건설사의 PF 사업장이 1차 대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등급을 받은 시공사의 PF사업장도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면 PF정상화뱅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런 조건에 맞아 PF정상화뱅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PF 사업장이 전국에 35곳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부실 PF채권은 빠져

PF정상화뱅크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은행 간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은행 간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과 같이 건설사가 은행과 협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도 있다. 정 국장은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F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투입 등을 전적으로 은행들이 알아서 합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PF 대출이 PF정상화뱅크의 매입 대상에서 빠진 점을 두고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주된 이유가 저축은행의 자금 회수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상태가 나은 은행권 PF 대출만 인수키로 해 건설사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태현 금융위 과장은 "채권단 간 이견이 심할 경우에는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에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