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고향서 '마을 잔치'…건강한 모습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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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호텔산업 키우는 게 마지막 꿈"
"당초 제철산업 일으켜 보려고 했는데…朴대통령이 관광산업 키워보라고 권유"
"당초 제철산업 일으켜 보려고 했는데…朴대통령이 관광산업 키워보라고 권유"
"내꿈은 석유화학과 제철산업을 일으켜 보는 건데,그렇지 못했어….하지만 호텔산업만큼은 정말 세계적으로 키워보고 싶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89)은 1일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를 찾아 41년째 마을 잔치를 열면서 김복만 울산시 교육감에게 이런 뜻을 털어놨다. 김 교육감은 울산 옥동 교육연구단지에 울산과학관(지하 1층~지상 5층 · 연면적 1만7051㎡)을 지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날 오전 신 회장의 별장을 찾았다. 신 회장은 고향인 울산이 전국 16개 시 · 도 중 유일하게 과학관이 없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건립비용 전액(240억원)을 출연했다. 2009년 공사에 들어간 울산과학관은 지난 3월 완공됐다.
김 교육감은 "신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197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석유화학과 제철사업 대신 호텔과 서비스 산업을 키워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접어야 했다고 회고했다"며 "(신 회장은) 이제 남은 인생을 세계적인 호텔산업 육성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신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꼽은 '글로벌 롯데호텔'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1호점'을 낸 데 이어 베트남 하노이(2013년)와 중국 선양(2014년) 등에도 호텔을 세울 계획이다. 한 때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을 상징했던 하노이 대우호텔 인수작업에도 나섰다.
신 회장은 또 최근 일본에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사업에 차질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원료 공급에 다소 지장이 있으나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육감은 "신 회장은 30여분간 시간을 할애해 19세 때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 배달 등을 하면서 사업을 일으킨 이야기 등을 친히 들려줬다"며 "고령인데도 표정이 너무나 밝고 건강해보였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어린시절 일본으로 건너갈 때 겪었던 이야기부터 꺼냈다. "할아버님도,아버님도 반대했어.그때는 외국 나가는 게 지금처럼 쉬운 것도 아니었어.군을 제대해야 갈 수 있다는 말에 이것 저것도 안 되겠다 싶어 고민하다가 결국 아는 사람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었어." 신 회장은 "일제시대 때 울산초등학교 앞에 작은 여관이 있었는데,그 당시에 숙박비로 1전을 내는 것을 보고 이렇게 비싼 비용에 호텔업이 되겠느냐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지금 내가 호텔업을 하고 있다"며 크게 웃기도 했다고 김 교육감은 전했다.
이날 신 회장 가족중에선 장남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친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막내동생인 신준호 푸르밀(옛 롯데우유)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해외출장 중인 차남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은 불참했다. 신 회장이 41년째 마련한 이번 둔기리 마을잔치에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과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신씨,선씨,이씨 등 이곳 출신 주민 1500여명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노래를 부르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