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선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칭얼거리는 울음소리부터 아버지를 찾는 애교 어린 목소리까지.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2)는 전화 인터뷰 내내 "아이들이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주빈 메타,레너드 번스타인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60대를 넘긴 지금까지도 연 평균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열고 있는 거장 첼리스트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였다.

장한나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마이스키가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패밀리 콘서트를 연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딸 릴리(24)와 함께했던 2009년 공연과 달리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들 샤샤(22)도 참여해 트리오 무대를 보여준다. 6세,3세인 두 아들은 너무 어려 무대에 오르지는 않는다.

마이스키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내 인생의 꿈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라며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적인 입지를 구축해가길 늘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친밀한 연주자끼리의 조화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풀어 오른 곱슬머리에 실크 블라우스,즉흥연주를 즐기는 모습만 보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유대인인 그는 구소련에 거주하던 18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신예 첼리스트로 승승장구하던 22세 때에는 반체제 운동에 연루돼 모스크바에서 18개월간 감옥살이를 했다. 풀려난 뒤에도 충격이 커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이스라엘로 망명했고 미국 활동을 시작하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속성이 함께 작용해요. 감옥에 갇혔던 경험은 정말 끔찍했죠.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었어요. 인간으로서 절 더 완성시켜줬기 때문이죠.그 전까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했으니까요. 음악적으로도 제가 성숙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

그는 한국을 자주 찾고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친한파 음악인이다. 지금까지 내한공연만 10차례 넘게 가졌다. 장한나를 발굴해 세계무대에 소개하기도 했으며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등의 한국 가곡을 자신의 음반에 레코딩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 등 독일 실내악 작품과 '알베니스''카사도' 등 흥겨운 스페인 곡들도 연주할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알고 공연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의 찬사를 보내주는 따뜻한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기쁩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기교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따스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 겁니다. "이번 공연의 관람료는 5만~16만원이다. (02)599-5743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